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확대에 대응해 서버용 D램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AI 메모리 경쟁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에서 범용 서버용 D램과 저전력 모듈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지난 18일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5세대(1b) 32기가비트(Gb) D램을 기반으로 한 '256GB DDR5 RDIMM'이 인텔 데이터센터 인증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은 인텔의 최신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제온6' 플랫폼에서 성능과 호환성, 신뢰성을 검증받았다. 인텔 CPU는 글로벌 서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어, 인증을 통과한 메모리 모듈은 주요 서버 제조사의 채택 대상이 된다.
이번 제품은 고용량 D램을 적층한 구조로 256GB 용량을 구현했다. SK하이닉스는 해당 제품을 적용한 서버의 AI 추론 성능이 이전 세대 대비 16% 향상됐고, 전력 소모는 최대 18% 줄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인텔 플랫폼을 중심으로 서버용 RDIMM 공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AI 서버 수요 증가는 시장 전망에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세계 서버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44.6% 성장한 3660억달러(약 541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AI 학습과 추론 수요가 동시에 늘어나면서 서버에 다수 장착되는 범용 D램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상권 SK하이닉스 부사장은 "고성능·저전력·고용량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서버 시장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같은 날 AI 데이터센터용 저전력 서버 메모리 모듈 '소캠2(SOCAMM2)'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소캠2는 저전력 모바일 D램인 LPDDR을 서버 환경에 맞게 설계한 제품으로, 기존 서버용 RDIMM 대비 크기를 줄이고 전력 효율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소캠2 개발 과정에서 엔비디아와 협력해 전력 효율과 대역폭, 안정성, 열 관리 등 서버용 메모리 기준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소캠2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 적용을 목표로 검증과 표준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다만 국제 표준 제정과 플랫폼 호환성 확보 등 상용화를 위한 절차는 남아 있다.
저전력 메모리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투자증권은 소캠2의 기반이 되는 LPDDR 시장이 내년 14.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출하가 본격화되는 시점 이후 AI 서버용 저전력 메모리 채택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서로 다른 제품군으로 AI 서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증을 거친 고용량 RDIMM 공급을 확대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차세대 서버 환경을 겨냥한 저전력 메모리 모듈의 표준화와 검증을 진행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서버 확산 과정에서 범용 서버 D램과 저전력 메모리가 병행해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