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 규모가 29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의 KODEX가 1위 자리를 사실상 굳히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2월 초 기준 순자산 점유율은 삼성 38%대, 미래에셋 32%대로 격차가 5%p 안팎까지 벌어졌습니다. 연말로 갈수록 이 간격이 더 벌어질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올해 점유율 경쟁을 "KODEX가 잘했다"로만 설명하기는 다소 어렵습니다. 흐름을 바꾼 것은 "시장에서 돈이 어디로 몰렸느냐"였습니다.
삼성은 국내투자형 ETF 비중이 크고, 미래에셋은 해외투자형 ETF 비중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코스피(KOSPI) 지수가 4천을 넘으며 국내 증시가 살아나는 국면에서 자금은 국내 지수로 쏠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내 지수 ETF에 강한 운용사가 유리해졌고, 하반기 점유율 격차 확대가 나타났습니다. '국장 훈풍의 결과'로 보는 시각이 타당합니다.
하지만 온전히 '국장 훈풍'과 '국내 ETF 쏠림' 탓만 하기에는 미래에셋의 패착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미래에셋은 불리한 구도에서 한 번 더 부담을 안았습니다. 연초 TIGER 대표 상품의 분배금 이슈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단순히 "(분배금) 얼마를 줬다"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TIGER 미국S&P500, TIGER 미국나스닥100 등의 투자자 사이에서 "기대보다 분배금이 줄었다"는 불만이 커졌고,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ETF 시장에서 갈아타기는 늘 있지만, 대표 상품에서 신뢰가 흔들리면 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범위도 넓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용이나 수익률은 숫자로 비교할 수 있어도, 신뢰는 한 번의 경험으로 판단이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시 미래에셋은 "세법 개정과 절세계좌 과세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분배금을 보수적으로 지급했고, 미지급분은 별도로 보관해 이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래서 이 사안이 '투자자 손해'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투자자들은 '자신의 돈'에 대해 더 엄격하게 반응합니다.
시장이 더 엄격하게 보는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돈이 사라졌느냐가 아니라, 운용사가 투자자 기대를 어떻게 관리했느냐입니다. 분배의 원리와 일정, 공지 방식이 투자자 눈높이에 맞게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순간, TIGER는 상품 성과가 아니라 운용 신뢰로 평가받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결국 올해 점유율 경쟁은 두 갈래에서 갈렸습니다. 국내 증시 훈풍이 KODEX로 자금을 밀어 넣었고, 미국 대표지수 ETF 구간에서는 분배금 논란이 촉발한 신뢰 이슈가 TIGER에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2위가 1위를 추격하려면 시장의 순풍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데, 미래에셋은 그 시점에 투자자 설득에서 빈틈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한 해를 정리하면 이렇게 남습니다. KODEX는 시장 흐름을 타고 점유율을 벌렸고, TIGER는 '설명의 빈틈'이 겹치면서 점유율을 내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