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제 가게 도와주던 여친, 헤어지자더니 '알바비 1.5억' 입금하래요"

8년간 내연관계 남성의 사업장에서 일한 여성이 임금과 퇴직금을 요구했지만, 법원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광주지방법원 2-2민사부는 A씨가 내연관계였던 사업주 B씨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고 14일 법조계가 전했습니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며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A씨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약 8년간 B씨가 운영하는 중고 주방물류 사업장에서 청소와 관리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2005년 B씨의 부인과 자녀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할 만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B씨는 2012년 이혼 후 A씨와 함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갈등은 2023년 3월 B씨가 A씨에게 "더 이상 출근하지 말라"고 통보하면서 시작됐습니다. A씨는 "그간 근로자로 일해왔다"며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이어 법원에 2020년부터 2023년까지의 임금 9308만원, 해고예고수당 300만원, 퇴직금 2460만원 등 총 1억2144만원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은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A씨는 공공기관 제출 소득신고서에 취업상태를 '임시·일용직'으로 기재한 점과 B씨가 블로그에 '직원과 함께 시작했다'는 내용을 게시한 점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반면 B씨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으며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준 것"이라며 근로자성을 부인했습니다.

재판부는 "근로자성 판단의 핵심은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라며 "이 사건에서는 그런 요소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근무 기간 중 다른 사업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수개월간 출근하지 않거나 불규칙적으로 근무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A씨가 '오늘 못 나간다'는 문자를 보냈을 때 B씨가 '알았다'고 간단히 답한 사례들도 체계적인 근태 관리가 없었다는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B씨가 A씨에게 종종 생활비를 준 것도 근로자가 아니라는 판단 근거가 됐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가 B씨에게 "월급을 달라"고 요구한 경우도 있었지만 빈도가 높지 않았고, 주로 병원비, 공과금, 카드값, 축의금 등 생활비를 요청하는 내용이 더 많았습니다.


B씨도 10만원부터 200만원까지 불규칙적으로 송금했습니다.


A씨가 보고 없이 주방용품을 판매해 대금을 사용했음에도 별다른 제재가 없었던 점도 '사용자-근로자 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뒷받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런 점들을 종합해 "특별한 친소관계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방식으로 사업을 도운 것에 가깝다"며 A씨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조철현 법무법인 대환 변호사는 "연인·지인 간은 물론 가족 간에서도 근로 형태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함께 일하다가 관계가 틀어지면서 임금·퇴직금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근로계약인지, 동업인지 초기 단계에서 계약서로 법적 관계를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