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능'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난도가 높았던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이 영국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BBC를 비롯해 텔레그래프, 가디언 등은 실제 수능 문제를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직접 풀어보라고 제안하는 등 이례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영국 BBC 방송은 12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한국 수능 영어 시험을 두고 '악명 높은 난도'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부 한국 수험생들이 시험을 '고대 문자 해독'에 비유하거나 '미쳤다'고 표현했다는 반응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BBC는 특히 올해 어려웠던 문항으로 34번(임마누엘 칸트의 법철학 관련 지문)과 39번(비디오게임 용어 분석)을 그대로 싣고 해설을 덧붙였습니다. 이 가운데 39번 문항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서도 논란이 됐다며, '잘난 척하는 말장난', '아이디어 전달에 실패한 글쓰기'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BBC는 한국 수험생들이 70분 동안 45문항을 풀어야 한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영어 1등급 비율이 약 3%대로, 전년도 약 6%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매년 11월 치러지는 수능은 8시간에 걸친 '마라톤 시험'으로, 대학 입학은 물론 취업 전망과 소득, 인간관계 등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도 전했습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수능 영어에 주목했습니다. 텔레그래프는 "당신은 한국의 '미친' 대학 입학 영어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수능 영어 34·35·39번 문항을 소개했습니다. 평소에도 어렵기로 알려진 수능 영어가 올해는 유독 난도가 높아 학생들 사이에서 강한 반발이 나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영국 독자들의 반응도 이어졌습니다.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댓글은 "왜 한국에는 삼성이 있고 영국에는 스타머(현 총리)와 '스트릭틀리(Strictly)'만 있는지 이 시험이 설명해줄지도 모른다"는 풍자였습니다. 이 외에도 "오늘날 하버드경영대학원(HBS) 입학시험과 유형이 비슷하다", "모국어 실력에는 자신이 있지만 39번 문제는 이해가 불가능했다. 길게 늘어놓았지만 실제 의미는 거의 없는 글"이라는 반응도 소개됐습니다.
가디언은 난도 논란 끝에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임한 사실을 전하며, 수능이 명문대 진학을 넘어 사회적 지위 상승과 경제적 안정, 결혼 등 인생 전반의 관문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한국의 과도한 경쟁 중심 교육 체제가 청소년 우울증 문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는 점도 함께 전했습니다.
가디언은 특히 24번 문항에 등장한 합성어 'culturtainment'가 수험생들에게 큰 혼란을 줬다며, 해당 용어를 만든 학자조차 문항의 난해함을 인정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