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가 오늘(10일) 출범하는 가운데, 전략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내정된 것을 두고 적절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민간의 성장 경험을 정책펀드 운영에 반영하겠다는 의도를 내세웠지만, 두 인물이 시장에서 꾸준히 지적받아온 지배구조 논란을 감안하면 운영 철학과 맞지 않는 인선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지난 9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자수성가 이미지를 앞세운 것으로 보이지만, 미래에셋과 셀트리온은 금융·바이오 업종 모두에서 거버넌스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전략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두 사람을 선정한 결정 자체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포럼은 박현주 회장을 둘러싼 '책임경영 부재' 논란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박 회장이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면서도 등기이사에 오르지 않는 관행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습니다.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는 것이 지배구조의 기본 원칙이라는 점에서, 공적 자금 운용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자리와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정진 회장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포럼은 "가족 문제와 승계 과정,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투명성 논란이 반복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서 회장이 그간 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아왔지만, 지난 5년간 셀트리온 주가가 47% 떨어진 점도 언급했습니다.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올해 예상 PER이 51배에 달하고, 지난해 ROE가 2% 수준에 그친 점은 기업의 펀더멘털과 지배구조 모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국민성장펀드의 첫 투자처로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가 거론되는 부분도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정부가 첨단산업을 대상으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할 계획을 검토 중인 가운데, 현 지주회사 체계에서 증손회사 지분율을 100%에서 50%로 낮추고 금융리스 보유를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대기업은 여러 증손회사를 활용해 정부의 지분 투자와 저리 대출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지게 됩니다.
포럼은 "최태원 SK회장은 하이닉스가 50% 지분을 가진 JV나 SPC를 통해 국민성장펀드 투자금을 확보하고, 생산 시설을 건설한 뒤 이를 리스 방식으로 사용하는 구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정책펀드가 산업 정책의 보조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공적 자금의 목적과 배분 기준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기업 중심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됩니다.
포럼은 "민간의 성장 경험을 정책펀드에 접목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핵심 역할은 시장에서 투명성과 책임경영을 입증한 인물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적 기금을 다루는 정책 플랫폼이 신뢰를 확보하려면 위원장 인선 단계에서부터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한편 국민성장펀드의 규모는 150조에 달합니다. 이 펀드는 한국의 미래 전략 산업(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로봇 등)에 정부와 민간이 공동 투자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정책 펀드입니다.
한국산업은행과 5대 금융지주가 참여하여 조성하며, 2025년 12월 10일 공식 출범하여 본격적으로 투자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