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인수전에서 최고 입찰가를 제시하며 독점 협상권을 확보했습니다.
5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데드라인(Deadline)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주당 약 28달러 수준의 인수 제안을 전액 현금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인수전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 지형을 뒤흔들 대형 거래로 평가됩니다.
WBD는 파라마운트로부터 세 차례 인수 제안을 받은 뒤 지난 10월 공식적으로 매각 절차에 착수했으며, 12월 중·하순 계약 체결을 목표로 했습니다.
넷플릭스가 인수하게 될 자산은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와 HBO Max 등 핵심 스트리밍·콘텐츠 사업 부문입니다.
블룸버그는 넷플릭스가 인수 무산 시 50억 달러 규모의 해지 수수료까지 제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파라마운트와 컴캐스트 역시 인수전에 참여했습니다. 파라마운트는 WBD에 보낸 서한에서 "세 회사 중 규제당국 승인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자사"라며 넷플릭스와 컴캐스트의 제안은 "반독점 우려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세계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가 HBO Max까지 확보하는 것은 규제 리스크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매각 과정이 넷플릭스에 유리하게 기울어졌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습니다. 파라마운트는 WBD 경영진 내부 갈등과 보상 구조 변화가 거래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지만, WBD는 "이사회는 수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이를 일축했습니다.
WBD의 주가는 관련 논의가 본격화된 이후 급등했습니다. 최근 거래에서 약 26달러를 기록하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2022년 디스커버리의 워너미디어 인수 이후 장기간 저조했던 주가가 '인수 기대감'으로 급반등한 셈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 제시카 라이프 에를리히는 보고서에서 "넷플릭스는 경쟁사 제거, 유명 프랜차이즈 확보, 방대한 콘텐츠 IP 통합 가능성 등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며 WBD의 '해리포터·DC·왕좌의 게임' 등 굵직한 프랜차이즈를 '왕관의 보석'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대형 인수합병보다 자체 제작 중심의 성장 전략을 유지해 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거래는 넷플릭스 역사에서도 큰 전환점이 될 전망입니다.
에를리히는 데드라인에 "넷플릭스는 풍부한 IP 자산 면에서 다른 미디어 기업에 비해 뒤처져 왔다"며 "이번 인수는 넷플릭스가 세계적인 IP 생태계와 제작 인프라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만약 거래가 성사되면 넷플릭스는 DC 스튜디오, HBO, 뉴 라인, 터너 엔터테인먼트 등 방대한 영화·TV 라이브러리를 확보하게 됩니다. 이는 글로벌 극장 배급망 확장까지 가능하게 하는 대형 변화입니다.
다만 극장 업계는 넷플릭스의 극장 상영 정책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공동 CEO는 영화가 넷플릭스에 공개되기 전 17일간의 극장 독점 상영 기간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반면, 북미 1위 극장 체인인 AMC는 45일 상영 기간을 주장해왔습니다.
양측의 입장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올해 넷플릭스의 주요 시상식 후보작인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웨이크 업 데드 맨', '제이 켈리', '프랑켄슈타인' 등은 AMC·리갈·시네마크 등 상위 3대 극장 체인에서 단 한 편도 상영되지 못했습니다.
현재까지 넷플릭스 작품 중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유일한 영화는 지난 8월 마지막 주말 개봉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싱어롱'으로, 이틀 동안 1,9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이 작품은 AMC를 제외한 모든 주요 극장 체인에서 상영됐습니다.
한편,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의회에 공동 서한을 보내 '넷플릭스가 WBD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할리우드 산업 전반의 경제·제도적 기반이 심각하게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