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기업 중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벤처천억기업'이 1000개사에 근접하며 벤처 생태계의 급속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기업협회는 지난 27일 2023년 결산 기준 벤처천억기업이 985개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8.5% 증가한 수치로, 벤처 생태계의 지속적인 확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출 1조원을 넘어선 기업은 28개사로 전년 25개사에서 12% 늘어났습니다.
올해 새롭게 벤처천억기업 대열에 합류한 신규 기업은 115개사에 달합니다. 뽀로로 제작사로 유명한 아이코닉스를 비롯해 동아전기부품, 노랑통닭, 크린토피아, 에이치에너지, 네오셈(253590) 등이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아이코닉스는 K콘텐츠 열풍과 함께 주목받는 기업입니다. 뽀로로, 타요, 잔망루피 등 강력한 지식재산권(IP)를 보유하고 있으며, 캐릭터 라이선스부터 완구, 출판, 방송, 테마파크까지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며 IP 기반 수익 모델을 확장해왔습니다.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는 27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개최된 '벤처천억 기념식'에서 "다양한 신기술의 확산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산업 생태계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동시에 사람 간의 관계가 희미해지며 저희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마련해줬다고 생각한다"며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제휴 마케팅으로 함께 성장할 기회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벤처천억기업들도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습니다. 2016년 벤처천억기업에 진입한 한글과컴퓨터(030520)는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는 "2023년 제품 기반 사업 모델에서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지털 AI 헬스케어 시스템을 담당하는 '한컴케어링크', 문서·데이터 기술 관련 AI 플랫폼 회사 '한컴씽크프리' 등 그룹사와의 AI 시너지 극대화 전략도 제시했습니다.
벤처천억기업의 성장세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8년 587개사에서 시작해 2019년 617개사, 2020년 633개사, 2021년 739개사, 2022년 869개사, 2023년 908개사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상당합니다. 벤처천억기업들은 전년 대비 약 2만6000명(7.9%) 증가한 35만6000명을 고용했습니다. 이는 삼성(28만5000명), 현대차(005380)(20만4000명), LG(003550)(14만9000명), SK(034730)(10만8000명) 등 주요 대기업 집단보다 많은 고용 규모입니다.
매출 규모도 눈에 띕니다. 벤처천억기업들의 총매출은 전년 대비 9.8% 증가한 258조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재계 1위 삼성(332조원), 2위 현대차(280조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벤처천억기업에게는 매출 1000억원이라는 숫자만으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세계 시장 진출과 인수합병(M&A),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확장 등 본격적인 기업 확장(스케일업) 전략을 실행할 궤도 위에 올라와 있다"며 "우리 벤처·스타트업이 유니콘·데카콘을 넘어 세계적 빅테크로 도약할 때까지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정책, 금융, 보증, 수출, 기업공개(IPO), 투자, 연구개발(R&D) 등 각 분야 핵심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벤처천억기업의 혁신이 더 큰 무대에서 빛나도록 함께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