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또' 지게차 사고... "올해 벌써 8번째"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 7톤 지게차가 업무용 트럭을 관통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습니다. 올해 들어 회사 안팎에서 집계된 지게차 관련 사고만 8건입니다. 현장 안전 관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27일 고용노동부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야드에서 이동 중이던 7톤급 지게차 한 대가 작업장 내 업무용 트럭을 들이받았습니다. 이 충격으로 지게차 포크가 트럭 측면을 그대로 뚫고 들어가 운전석과 뒷좌석 내부까지 관통했습니다.


당시 트럭 운전자와 동승자가 모두 탑승해 있고, 시간과 각도가 조금만 달랐어도 두 사람이 그대로 희생됐을 정도로 아찔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사진제공=한화오션


이 사고는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가 거제사업장에서 '안전 혁신'을 선포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일어났습니다. 김 대표는 최근 임직원과 협력업체 관계자들을 모아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지만, 이런 약속이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고 직후 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는 사고 공정에 투입되던 지게차 18대에 대해 작업중지권을 행사했습니다. 노조는 구체적 재발 방지 대책을 회사에 요구했습니다. 사측은 교육 강화와 장비 지급 방안을 제시했고, 노조는 사고가 난 지게차를 제외한 나머지 장비의 작업은 순차 재개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지게차 사고가 올해만 벌써 여덟 번째라는 점입니다. 한화오션 사업장 내 지게차 관련 사고는 지난해 15건, 올해 들어서도 8건이 보고됐습니다. 단 한 건의 중대재해만으로도 산업안전 체계 전반을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에서,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는 흐름 자체가 심각한 경고 신호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 10월 17일 발생한 사망 사고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 협력업체 소속 60대 노동자가 시스템 비계 구조물 조립 작업 도중 넘어지는 구조물에 부딪혀 숨지는 사고였습니다. 당시 A씨는 발판 조립 작업 중 철제 구조물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한 시간 남짓 뒤 사망했습니다. 이 사고로 거제사업장 일부 공정은 즉시 작업이 중단됐고,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 직전인 9월에는 같은 거제사업장에서 선박 구조물 붕괴로 브라질 국적 선주사 감독관이 바다로 추락해 숨진 사고도 있었죠. 불과 한 달 남짓한 간격을 두고 외국인 감독관 사망과 협력업체 노동자 사망이 잇따라 발생한 것입니다.


뉴스1


정부는 앞서 산재사망을 줄이겠다고 천명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취임 후 산업재해 사고 사망률을 2030년까지 근로자 1만명당 0.39명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0.29명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이 목표 달성에 본인의 "직을 걸겠다고"까지 표현했습니다. 지난 9월 정부세종청사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발언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고 강조하며, 산재 감축을 노동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재확인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취임 이후 공식 회의와 기자회견에서 산재 문제를 여러 차례 직접 언급했습니다. 특히 올여름 거제 저도로 휴가를 다녀온 뒤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산재가 반복된 사업장을 직접 찾아가 경영진을 질책하고, 중대재해를 낸 기업에 대해서는 건설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제한 등 법이 허용하는 모든 제재 수단을 검토하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노동부 장관이 산재 사망률 감축에 직을 걸겠다고 공언하고, 대통령이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중대재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업장은 그대로 정책의 시험대에 오르게 됩니다. 시장에서는 이제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기업은 규제와 수사의 정면에 설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27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전격 압수수색했습니다. 지난 10월 17일 발생한 협력업체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구조물 설계와 시공, 작업 승인 절차, 위험성 평가 자료 등 안전 관리 전반을 들여다보기 위해서입니다. 압수수색에는 수십 명의 인력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뉴스1


지게차 사고만 2년 새 23건, 두 달 사이에 두 차례의 사망사고, 여기에 대통령과 노동부 장관이 산재를 국가 어젠다로 끌어올린 상황.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의 산업안전 문제는 이제 개별 사업장 내부의 관리 이슈가 아니라 정부와 시장이 지켜보는 구조적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화오션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