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의 혐의로 넘겨진 재판에서 "비록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지만, 비상계엄에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진관)는 한 전 총리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김형수 특검보는 "본 사건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라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특검은 "헌정질서, 법치주의를 파괴해 죄책이 매우 중하다"고 지적하며, "피고인은 국무총리로서 대통령 제1보좌기관이자 행정부 2인자,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내란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사람이었음에도 국민에 대한 봉사자의 의무를 저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거짓 변명을 하고 진술을 번복하는 등 개전의 정이 없다는 점도 양형 사유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현재 한 전 총리가 받는 혐의 중 '내란 중요임무 종사'는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중죄입니다.
김 특검보는 "과거 45년 전 내란보다 더 막대하게 국격이 손상됐고, 국민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줬다"며 피해 규모의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12·12 군사반란 및 5·18 민주화운동 관련 재판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주영복 전 국방부 장관 사례를 언급하며, "피고인을 엄히 처벌해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법정에 짙은 회색 양복과 푸른색 넥타이 차림으로 출석한 한 전 총리는 재판 내내 꼿꼿한 자세로 앉아 굳은 표정을 유지했습니다.
한 전 총리는 최후 진술을 통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이 겪은 고통과 혼란을 가슴 깊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사과의 말을 전했습니다.
이어 "비록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지만, 비상계엄에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다"며 "이것이 오늘 역사적인 법정에서 제가 드릴 가장 정직한 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 전 총리는 "국무위원들과 다 함께 대통령의 결정을 돌리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며 "그날 밤 혼란한 기억을 복기할수록 제가 부족한 사람이었다는 절망만 사무친다"고 토로했습니다.
또한 "그날 밤 제가 무엇을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 스스로 다시 물었다"며 "여기 계신 어떤 분보다 제 스스로 더 혹독히 추궁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