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구독 혁명' 일으킨 LG전자, 연매출 2조 시대 열린다

LG전자가 가전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구독'이라는 새로운 성장 공식을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올해 가전 구독 사업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2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제조 중심의 전통적 구조에서 반복 수익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가전 구독 매출은 올 3분기에만 약 7천억원을 기록해 직전 분기 대비 11%,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습니다. 


LG전자


1분기 5600억원, 2분기 6300억원을 거치며 성장 흐름이 이어졌고,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 8900억원입니다.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1조 9200억 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됩니다. 연말 특수가 반영되지 않더라도 4분기 실적을 더하면 매출 2조 원 돌파는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구독사업은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가 중심입니다. HS사업본부 3분기 매출 6조 5804억원 가운데 구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6%로, 최근 5년 평균 성장률은 30%를 넘습니다. LG전자는 실적 변동성을 줄여주는 '안전 장치'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회사의 구독 사업은 2009년 정수기 렌털이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2022년 대형가전까지 구독 대상을 넓히며 제품 이용 방식을 바꿔왔습니다. 현재 구독 가능한 품목은 세탁기·에어컨·냉장고 등 생활가전은 물론 TV와 노트북 등 홈엔터테인먼트 제품까지 총 300여 종에 이릅니다.


초기 비용을 낮춰 1인 가구·신혼 가구 진입을 용이하게 한 점, 방문 관리와 소모품 교체를 포함한 전문 케어 서비스가 결합된 점이 이용자 확대를 이끌었습니다. 수요가 늘자, LG전자는 보다 많은 인력을 구독 서비스에 투입했습니다. 


2021년, 구독 제품 관리를 전담하는 하이케어솔루션을 설립했습니다. 현재 4500명의 전문 인력이 이용자들의 만족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자체 온라인몰과 베스트샵 중심이던 가입 채널을 롯데백화점, 홈플러스 등으로 넓히며 접근성을 강화했습니다.


사진=인사이트


해외 반응도 나쁘지 않습니다.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태국, 대만, 싱가포르로 확장하며 구독형 가전 모델을 본격 수출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K 구독 서비스'로 명명되면서, 말레이시아에서는 월 구독 대수가 1만대를 넘었습니다. 


태국에서는 누적 가입자 1만명을 넘어 추가 센터 확장에 나섰습니다. 업계에서는 구독 인프라 구축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동남아 시장이 LG전자의 특성과 잘 포개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LG전자의 구독 혁명을 보고 놀란 삼성전자가 뒤늦게 구독 시장에 진입한 상태지만, 엄밀히 말해 경쟁자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15년 이상 운영경험과 대형가전 중심의 포트폴리오 차이로 인한 '격차'는 쉬이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대여보다는 '구매'가 통상적이었던 전자제품을, 반복 매출 기반 수익 모델로 구축하는 데 성공한 LG전자는 현재 구독 시장의 '룰 메이커'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박원재 LG전자 IR담당 상무는 지난달(10월) 말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구독사업의 경쟁 우위를 강조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해외 확장 초기 단계임을 인정하면서도 "해외 비중은 1년 전보다 늘었다"며 속도감 있는 확대를 자신했습니다. 


LG전자


가전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성장 동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 LG전자는 구독을 앞세워 시장 구조를 다시 쓰고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 현실 속, 올해 기록될 연간 구독 매출 2조원은 숫자 이상의 의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