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이 손잡으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연말을 기점으로 다시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시장을 재편하기 위한 합작법인(JV)의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는 평가입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양측이 세운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은 최근 이사회를 꾸리며 조직 체계를 정비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의장을 맡았고, 박병은 1789파트너스 대표, 제임스 장 G마켓 대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 제임스 동 AIDC 인터내셔널 마켓플레이스 사장이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전체 다섯 자리 중 세 자리를 알리 측 인사가 차지하면서, 향후 사업 방향에 중국식 초저가 공세가 더욱 뚜렷하게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미 현장에서 변화가 감지됩니다. G마켓은 이달 초 '빅스마일데이'를 열어 3만여 판매자가 등록한 약 3000만개 상품을 파격가에 내놓았고, 할인 쿠폰 지원에만 55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성수동 팝업스토어 오픈을 시작으로 11일부터 19일까지 광군제 행사까지 잇따라 전개하며 국내 이용자 흡수에 속도를 냈습니다.
문제는 이런 공세가 가져올 시장 파장입니다. 중국산 초저가 상품이 두 플랫폼을 통해 대량 유입되면 가격 경쟁은 더욱 거세지고, 고객들의 수요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미 시장 데이터에서도 변화가 드러납니다. 와이즈앱·리테일 조사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종합몰 앱 MAU에서 2·3위를 기록하며 전통 강자인 11번가보다 더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1위와의 격차도 눈에 띄게 줄였습니다. 징둥까지 국내 물류센터 구축을 추진하며 한국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등, 중국계 플랫폼의 공세는 한층 거세지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넘어야 할 숙제도 큽니다. 짝퉁·저품질 상품 논란, 인체 위해 가능성이 제기된 사례, 해외 서버로의 개인정보 이동 우려 등 해결해야 할 신뢰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시장이 커진 만큼 소비자 눈높이도 높아졌고, 이와 발 맞추는 글로벌 사업자다운 품질 관리와 책임 체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성장세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정 회장이 의장으로서 얼마나 이러한 상황을 조율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기존 강자들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쿠팡은 독주 체제를 지키기 위해 내년까지 약 3조원을 물류 인프라 확충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유통 구조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초저가 공세에 맞서겠다는 전략입니다.
네이버는 플랫폼 자체의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쇼핑앱 '네이버플러스스토어' 출시 이후 오픈마켓 사업자로서 정체성을 강화했고, 최근에는 컬리와 협업한 '컬리N마트'로 신선식품 배송까지 확대하며 이용자 접점을 넓히고 있습니다.
중국계 플랫폼의 공세, 쿠팡의 물류 투자, 네이버의 플랫폼 전환이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국내 이커머스 경쟁 구도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알리바바 합작법인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 연말 성적표는 향후 판도 변화를 가늠할 첫 시금석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