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6년 만에 외부 인사를 삼성종합기술원(SAIT) 수장으로 영입했습니다.
주인공은 하버드대학교에서 25년간 연구와 교육을 이끌어온 박홍근(58) 석좌교수입니다. 세계적 학자가 기업의 최전선으로 향하고, 조직 운영 경험이 전무한 연구자가 곧바로 사장단에 합류하는 일은 흔치 않은 만큼 재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1일 발표한 2026년 사장단 정기 인사를 통해 박 교수를 SAIT 신임 원장(사장)으로 위촉한다고 밝혔습니다.
박 신임 원장은 내년 1월 1일자로 삼성전자에 합류합니다.
박 원장은 서울대 화학과 수석 입학·수석 졸업 후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9년 32세의 나이로 하버드대 화학과 최연소 조교수로 임용된 인물입니다.
2002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하버드대 종신교수에 오른 글로벌 석학으로, 나노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아왔습니다.
2003년 최연소로 제13회 호암상 과학상을 수상하며 삼성과 인연을 맺었고, 2021년에는 삼성전자와의 공동 연구 성과를 담은 뉴로모픽 반도체 논문이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실리며 다시 한번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SAIT 원장에 외부 인사가 영입된 것은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원장을 지낸 임관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이후 26년 만입니다.
그동안 SAIT는 황창규, 김기남, 권오현, 경계현 등 삼성전자 내부의 반도체 전문가들이 원장직을 맡아왔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는 삼성 내부 기술 조직의 오랜 관행을 뒤흔드는 변화로 평가됩니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은 그동안 겸임해온 SAIT 원장직을 박 교수에게 이양합니다.
박 신임 원장은 화학, 물리, 전자 등 기초과학과 공학 전반에 걸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양자컴퓨팅, 뉴로모픽 반도체 등 미래 디바이스 연구를 주도할 예정입니다.
나노 기술 전문성과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는 아이디어로 삼성전자의 미래 기술 개발을 이끌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편, SAIT는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기술을 선행 개발하는 종합연구소로, 이번 외부 석학 영입은 삼성전자가 기초 연구 역량 강화와 혁신적인 미래 기술 개발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인사로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