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을 정식 DX부문장으로 선임하면서도 끝내 새 부회장 카드를 꺼내 들지 않았습니다.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이 이미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추가 부회장 선임에 신중을 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과거 이건희 회장 시절 '부회장 직함 남발' 논란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됩니다.
21일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를 통해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을 DX부문장 사장으로 공식 선임했습니다. 노 사장은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맡게 되며, 기존 MX사업부장 자리 역시 유지합니다. 사실상 DX 전반과 핵심 캐시카우인 스마트폰 사업을 동시에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이번 인사 규모는 사장 승진 1명, 위촉 업무 변경 3명 등 소폭에 그쳤습니다. 시장이 주목했던 '새 부회장' 인선은 이번에도 없었습니다. 그동안 재계 안팎에서는 DX부문의 상징성과 책임을 고려하면 노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 왔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노 사장의 부문장 직무대행 꼬리표를 떼주고 동시에 대표이사 사장으로 전면에 세우는 선에서 인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전영현 부회장은 메모리사업부장과 삼성종합기술원(SAIT) 원장을 겸직해왔지만, 이번 인사에서 SAIT 원장직을 내려놓았습니다. SAIT 원장 자리에는 박홍근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신규 위촉됐습니다. DS·DX '투톱 체제'를 유지하되, 부회장 직함은 DS부문에만 남겨둔 셈입니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인사를 두고 이재용 회장이 부회장 타이틀을 매우 신중하게 쓰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故 이건희 삼성 회장 시절에는 삼성전자·삼성그룹 계열 전반에서 부회장 직함이 활발하게 부여된 시기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2000년대 중반 기준 그룹 전체 부회장이 10명 안팎까지 늘어난 적이 있습니다. 사업부문별, 계열사별로 부회장급을 두는 방식이 조직 내 위계 모호성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특히 당시에는 '부회장=총수의 핵심 참모진'이라는 상징성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재계 안팎에서 이어졌고, 이후에도 삼성 내부에서 "부회장 타이틀을 가볍게 쓰면 조직 질서가 흔들린다"는 평가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재용 회장이 이러한 과거의 부담을 인사 전략에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또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AI 전환기의 리스크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DX부문의 실적 회복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노 사장을 곧바로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기보다는 대표이사 사장으로 먼저 성과를 확인하겠다는 '단계적 검증' 기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즉 숫자적으로 아직 충분히 증명됐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해석입니다.
노 사장은 갤럭시 브랜드를 글로벌 주력 제품군으로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 동시에, 최근 몇 년간 중국·인도 시장 경쟁 심화와 점유율 정체라는 과제를 안고 있기도 합니다. 삼성 입장에서는 노 사장을 전면에 세워 DX의 AI 전환을 밀어붙이되, 부회장 승진은 향후 성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신중한 스탠스를 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는 DS·DX 투톱 체제를 더욱 굳히는 한편, 부회장 직책은 최소화하는 흐름을 유지한 셈입니다. 새 부회장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노 사장이 대표이사로 전면에 나선 만큼 다음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 여부를 둘러싼 시장의 관심은 더 커질 전망입니다. 이 회장이 '과거와 다른 부회장 인사 철학'을 어떻게 이어갈지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