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한화 김동관, 올 해외 일정 李대통령 순방과 포개져... K방산의 '중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올 한 해 미국·유럽·중동을 잇따라 방문하며 사실상 'K방산·K조선 패키지 세일즈 총괄' 역할을 맡고 있다는 평가가 재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의 통상·안보 구상과 이재명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 동선이 맞물리는 해외 일정마다 김 부회장이 동행하면서, 한화의 글로벌 전략이 정부 외교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는 분석입니다.


일각에서는 "김동관은 사실상 '찐 이재명의 남자' 아니냐"는 해석까지 등장합니다. 윤석열 정부 시절과 비교해 전혀 다른 표정과 태도를 보이는 모습이 온라인에서 밈(Meme)으로 소비될 정도입니다.


김 부회장의 올해 해외 일정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시작으로 UAE 방산 전시회, 한국에서의 트럼프 주니어 면담, 7~8월 미 관세 협상 지원 방미, 일본 한·미·일 경제 대화, 마러라고 회동, 유럽 방산 파트너 국가 순방, APEC 계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접촉까지 숨 가쁘게 이어졌습니다. 


재계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국빈 일정과 김동관 동선이 거의 포개져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했을 당시 모습 / GettyimagesKorea


이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키워드는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과 APEC CEO 서밋 연설에서 한국을 '조선업의 대가'라고 치켜세우며 필라델피아 조선소(한화 필리조선소 인수)를 대표 사례로 언급했습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함께 공개된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가운데 1500억달러가 미국 내 조선소·인력·설비 투입을 상정한 조선 협력 구상으로 묶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유럽에서는 포병·유도무기 패키지가 본격 가동 중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와 천무 다연장로켓·80km·290km급 유도탄 공급 계약(총 7조원대)에 이어, 폴란드 최대 민간 방산업체 WB그룹과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며 현지 생산 체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연합팀이 최대 60조원 규모 잠수함 사업(CPSP) 숏리스트에 올랐고, 폴란드 8조원 규모 오르카 잠수함 사업에서도 양사가 함께 도전장을 냈습니다.


이 같은 글로벌 프로젝트의 선제 '총알'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올해 결정한 2조 92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서 나옵니다. 이 가운데 9200억원은 유럽·중동 합작법인(JV) 설립에 우선 투입될 예정입니다. 유럽 현지 탄약·유도탄 생산, 중동 파트너와의 공동사업 등 김 부회장이 그리는 패키지 전략이 본격 실행되는 기반입니다.


그러나 한화 입장에서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험대입니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정치·외교 무대에서는 존재감이 커졌지만, 실무 협의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한·미가 발표한 팩트시트 역시 구속력 있는 협약서가 아니라 설명자료에 가깝고, 법·제도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제 사업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조선업계에서 제기됩니다. 기대감에 비해 초기 발주·모듈 계약이 지연되면 "스토리는 컸지만 실속은 부족했다"는 평가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재무 부담도 한화가 피하기 어려운 지점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는 3조원 가까운 대형 딜이었고,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반려와 정정 요구까지 거쳐 승인됐습니다. 시장에서는 "방산·조선 글로벌 확장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그룹 지배력 강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결국 김 부회장이 전 세계를 누비며 설계한 '그림'이 향후 몇 년간 실제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으로 회수되는지가 핵심입니다.


사진제공=한화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우려는 존재합니다. 캐나다·폴란드 잠수함, 유럽 천무·유도탄 JV, 중동 천무·K9·잠수함 패키지, 미국 마스가까지 전선이 넓어지면서, 어느 한 곳에서라도 일정 지연·정권 교체·예산 축소 변수가 발생하면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산·조선 프로젝트 특성상 한번 변수에 흔들릴 경우 단위 프로젝트별로 수조원 규모의 손익이 출렁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그럼에도 올해 김 부회장이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의 폭과 질만 놓고 보면 '천무·K9에서 잠수함·조선소까지' 한 지도 위에 이어 붙이는 데에는 분명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마스가, 이재명 정부의 세일즈 외교가 교차하는 지점마다 한화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 만큼, 향후 2~3년이 김동관 체제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림'이 돋보였다면, 이제는 그 그림이 재무제표 위에서 '숫자'로 얼마나 증명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뉴스1


GettyimagegsKorea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 첫번째)이 17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방위산업 전시회 IDEX 2025를 찾아 한화 통합전시관을 둘러보며 오계환 중동법인장(왼쪽 두번째)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제공=한화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