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낡은 규제를 과감히 손질해야 한다"며 공정거래법·금융 규제 개선을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20일 서울 영등포구 CCMM빌딩에서 열린 '제2차 기업성장포럼'에서 최 회장은 한국 경제가 구조적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근본적 제도 개편 없이는 '5년 내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최 회장은 "30년 전 한국 경제 성장률은 9.4%였고, 그중 8.8%포인트를 민간이 만들었다"며 "지난해 성장률은 2%였는데 민간 기여도는 1.5%포인트였다. 민간 활력이 8.8%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떨어진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 추세를 2030년까지 계산해보니 마이너스 성장으로 들어간다"며 "한 번 마이너스 성장에 빠지면 투자와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 우리 경제 리소스가 모두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향후 5년을 "절체절명의 시기"로 규정하며 "지금 업턴으로 돌리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상당히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회장은 현행 '계단식 규제'를 대표적인 성장 저해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을 지정하는 기준이 2009년 이후 16년째 고정돼 있고, 공정거래법을 기반으로 한 기업 규모별 규제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12개 법률을 살펴보니 중견기업이 겪는 규제가 94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 겪는 규제는 343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AI 시대에는 기존 틀로는 세계적 경쟁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AI 경쟁은 결국 '사이즈'와 '속도'의 문제"라며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 AI 게임에서 밀릴 것이고, 이후 대한민국의 운명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최 회장은 최근 자신이 언급한 금산분리 완화 논란도 이 같은 맥락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기업이 필요한 투자를 감당할 제도를 마련해달라는 취지인데, 그 이야기가 과도하게 금산분리 문제로 비약됐다"며 "만약 해법이 없다면 차라리 금산분리를 해소해서라도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할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1기가와트를 구축하는 데 70조원, 10기가와트면 700조원에 달하는 만큼,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금융 제도 개편이 절실하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그는 "기업과 금융권이 머리를 맞대 자금과 전략을 집중해 제때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국가 경제의 핵심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와 관련해서는 "과거 벤처 붐으로 유니콘 기업들이 나왔지만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정체돼 있다"며 "AI 붐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스타트업과 AI 컴퍼니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회장은 마지막으로 "공정거래법을 폐지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맞는 논의를 하자는 것"이라며 "새로운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 AI가 탑재된 새로운 기업군을 어떻게 만들지에 해법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