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환영 고위급 리셉션에 참석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백악관, 사우디 왕실, 미국 자본이 한 자리에 모이는 첫 무대에 국내 기업인으로는 정 회장만 참여했습니다.
이번 리셉션은 미국 사우디 비즈니스협의회가 주최하고 미 정부가 초청장을 보내는 행사로, 빈 살만 왕세자의 백악관 회담과 이스트룸 공식 만찬 사이에 열리는 사실상 전초전 성격의 네트워크 자리로 알려졌습니다. 단순한 의전이 아니라 향후 투자 파트너를 가려보는 자리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국부펀드 PIF를 통해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인물입니다. 초대형 신도시와 리조트, 관광 인프라 등으로 경제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리테일 기업, 엔터테인먼트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폭넓게 찾고 있습니다.
정 회장 입장에서는 신세계 이마트, 스타필드, SSG닷컴·G마켓(이커머스) 등 복합쇼핑몰 운영 경험을 내세워 이 판에 올라탈 수 있는지 타진해볼 수 있는 계기입니다.
정 회장이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 미국 벤처투자사 1789캐피털 오미드 말릭 등과 잇따라 회동해 온 점도 주목됩니다. 전날 트럼프 그룹이 사우디 파트너와 함께 몰디브 초호화 리조트 개발과 블록체인 기반 투자 유치를 선언한 만큼, 미국 정치권과 중동 자본, 디지털 자산을 잇는 새로운 투자 구조에 신세계가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국내 시각에서 보면 '신시장 개척' 의지도 엿보입니다. 내수 유통 시장 성장률은 꺾였고, 이마트와 SSG닷컴은 다른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룹 전체의 새 성장축을 한국 안에서만 찾기보다, 사우디 자본과 함께 해외 리조트나 복합몰, 프리미엄 아웃렛 같은 장기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다면 전혀 다른 수익원과 밸류에이션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투자 계약이 논의되는 단계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미스터 에브리싱(Mr.Everything)으로 불리는 빈 살만의 워싱턴 일정에 정 회장이 공식 초청자 자격으로 합류했다는 사실 자체가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국내 유통 재벌 총수에서 미국 정치 네트워크와 중동 국부펀드를 동시에 두드리는 '글로벌 기업가'로 변신을 시도하는 장면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