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외환(일반이적) 혐의로 최근 기소한 가운데,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취임 반년 만에 비상계엄 선포를 준비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검은 계엄 발동 2년 전부터 윤 전 대통령이 군 인사와 정치권 주요 인물들에게 계엄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18일 조선일보는 특검이 윤 전 대통령을 일반이적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취임 이후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이어지기까지의 내부 논의 과정을 공소장에 상세히 적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소야대 상황이었습니다. 정부와 민주당 간 대립이 지속되는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약 6개월 뒤인 그해 11월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 자리에서 김종혁 당시 비상대책위원 등에게 "나에게는 비상대권이 있다, 싹 쓸어버리겠다", "내가 총살당하는 한이 있어도 다 싹 쓸어버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공소장에 기재됐습니다.
특검은 이 시점을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 돌파구로 계엄 선포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한 시점으로 판단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하던 중 하와이에 들른 자리에서도 군을 향한 개입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대통령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강호필 당시 합동참모본부 차장에게 윤 전 대통령은 "한동훈은 빨갱이다"라고 언급한 뒤, 민주당을 향해 욕설을 섞어 비난하며 "군이 참여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포함됐습니다.
강 전 차장은 귀국 직후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대통령이 군을 정치에 끌어들이려 하고, 김용현 전 장관은 위험한 발언을 하며 동조를 강요한다. 더는 견디기 어렵다"며 전역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신 전 장관은 이 내용을 듣고 김 전 장관에게 전화로 강하게 항의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김 전 장관은 서울 한남동 대통령경호처장 공관으로 강 전 차장 등을 불러 "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다니느냐.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보수에서도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 심기 경호 차원에서 한 말인데 왜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듬해 9월 국방부 장관이 신원식 전 장관에서 김용현 전 장관으로 교체된 것도 이러한 갈등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윤 전 대통령이 하와이 발언 파문 이후 신 전 장관을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인사를 단행한 것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신 전 장관은 국방 장관 취임 11개월 만에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으로 이동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