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8일(월)

[시승기] 전기차처럼 미끄러지듯... KGM '액티언 하이브리드' 직접 몰아보니, 달랐다

도심에서 차를 오래 타다 보면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강한 출력이나 넓은 차체보다, 결국 매일 마주하는 건 정체·골목길·신호 대기 같은 느린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심형 하이브리드는 어떤 성능을 내는지가 아니라 '어떤 리듬을 만들어주는지'가 더 중요해집니다.


KGM '액티언 하이브리드'는 바로 그 리듬을 잘 아는 차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처음 액티언 하이브리드를 마주했을 때 든 생각은 '이 차는 의외로 존재감이 뚜렷하다'였습니다. 중형 SUV에 가까운 체격에 균형 잡힌 비율, 그리고 KGM 특유의 단단한선들이 겹치면서 도심에서 흔히 마주치는 SUV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전면부는 수평적으로 뻗은 그릴과 입체적인 LED 헤드램프가 차체를 넓고 낮아 보이게 만들어 안정감을 줍니다. 측면 실루엣은 한 줄의 캐릭터 라인이 앞 펜더에서 뒤로 유려하게 이어지며, 4740mm의 전장이 더 길어 보이도록 연출합니다.


여기에 20인치 투톤 휠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블랙과 실버의 대비가 '도심형 SUV'라는 콘셉트를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뒤쪽으로 이동하면 리어램프 디자인이 특히 눈에 띄는데, 수평형으로 길게 이어진 그래픽이 야간에 존재감을 극대화하며 체급 이상의 세련미를 보여줍니다.


전체적인 디자인 기조는 화려함보다 '깔끔하고 단단하게'에 가깝고, 시각적으로도 주행 감성이 조용하고 안정적일 것 같은 인상을 먼저 줍니다.



실내도 비슷한 방향성입니다. 센터페시아는 좌우로 넓게 뻗은 레이아웃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12인치 디스플레이와 피아노 블랙 패널이 조화를 이루며 시각적 집중도를 높입니다.


시트는 세미 버킷 스타일로 도시적인 감성을 강조하면서도 착좌감이 부드럽습니다. 


2열 공간은 중형 SUV 수준으로 넉넉해 시각적·체감적 개방감이 뛰어나고, 652L에 달하는 트렁크 공간은 도심과 캠핑을 모두 아우르는 실용성을 제공합니다.


디자인만 보고 있어도 '이 차는 일상을 편안하게 만드는 차겠구나'라는 느낌이 먼저 다가옵니다. 그리고 시동을 켠 순간, 그 느낌은 확신으로 바뀝니다.


버튼을 눌렀음에도 엔진음이 들리지 않아 잠시 의심하게 될 정도로 실내는 고요합니다. 이 조용함은 결코 순간적인 연출이 아니라 액티언 하이브리드의 주행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시작점입니다.



전기차와 거의 구분이 어려운 출발 감성은 KGM이 강조하는 '도심 주행 최적화'가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액티언 하이브리드는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 모터가 결합된 듀얼 테크 하이브리드(e-DHT) 시스템을 탑재합니다.


전기 모터 최고출력은 130kW(177마력)에 달하며, 배터리는 1.83kWh로 구성됐습니다. 이 파워트레인은 전기 모터 주행을 가능한 한 길게 이어가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입니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EV 모드 주행이 최대 94%까지 가능하다고 하는데, 실제 도심 주행에서도 출발—정체—저속 크루징 구간에서 엔진의 존재감이 거의 없습니다.


전기→엔진 전환 역시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전환 시점에서 흔히 느껴지는 '턱' 치는 느낌이나 RPM의 급변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하이브리드 차량 특유의 이질감이 줄어들어 초보자도 기계적 변화보다 전체적인 주행 분위기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 차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화려한 출력이나 강한 가속이 아니라, 매 순간의 조절이 '부드럽게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실내 정숙성은 이 차량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하부 흡음재 강화, 진동 제어 기술 개선, 창문 두께와 구조 개선 등이 반영되어 있어 60~80km/h 구간에서도 풍절음이 눈에 띄게 억제됩니다.


도심 주행에서는 공조기 소리가 더 크다고 느낄 정도로 정숙해, 대화나 음악 감상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한 설계는 장시간 주행에서도 피로를 낮춰줍니다.


서스펜션은 안정감과 승차감을 우선하는 세팅입니다. 과속방지턱을 넘는 순간 충격이 한 번에 들어오지 않고, 둔하게 걸러지면서 위로 가볍게 '스르륵' 지나가는 느낌입니다.


급격한 코너링을 즐기는 운전자를 위한 세팅은 아니지만, 도심과 일상을 중심으로 한 사용자를 위한 최적의 감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차장 램프를 돌거나 좁은 골목을 빠져나갈 때도 차체의 크기에 비해 부담이 적고, 운전자가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연비는 복합 기준 15km/L대(20인치 휠 기준)로 표기되지만, 도심 EV 모드 비중이 늘어날 경우 실주행 연비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출퇴근이 주로 저속·정체 구간이라면 유지비 절감 효과는 체감으로 다가옵니다. 충전 인프라를 신경 쓰지 않으면서도 전기차 수준의 정숙성과 부드러움을 가진다는 점은 확실한 장점입니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최신 KGM UI 기반으로 반응 속도와 사용성 모두 준수합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선 유지 보조, 후측방 경고, 스마트 크루즈 등 주요 ADAS 기능도 기본 제공돼 가격 대비 구성 면에서 경쟁력이 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잘 쓰는 기능'을 중심으로 담은 구성은 이 차의 성격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 차는 주행 뿐 아니라 디자인에서도 이미 조용함과 차분함을 예고하고 있었습니다. 외관은 절제된 선과 균형감으로 신뢰감을 주고, 실내는 편안함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일상을 담아냅니다.


KGM 액티언 하이브리드는 결국 일상을 부드럽게 바꾸는 차였습니다. 화려함보다 중요한 것이 조용함과 효율이라면, 이 하이브리드는 충분히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