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주말이 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치거나 영화관을 찾고 친구들과 만나며 몸을 움직여 재충전하는 시간이었다면, 현재는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간식을 곁에 두고 하루 종일 뒹굴며 보내는 모습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베드 로팅(Bed Rotting)'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이것이 건전한 휴식인지 아니면 우려할 만한 현상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베드 로팅은 침대에서 썩는다는 의미로, 잠을 자는 것이 아닌 깨어있는 상태에서 침대를 벗어나지 않고 비생산적인 시간을 보내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이 신조어는 최근 소셜미디어 플랫폼 틱톡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2024년 미국수면의학회(AASM) 조사 결과에 따르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약 24%가 베드 로팅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Z세대의 49%,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1990년대 중반 출생)의 41%까지 그 비율이 급증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MZ세대들은 과도한 경쟁과 불확실한 미래, 불안정한 직업 환경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침대를 선택한다고 설명합니다.
통제 가능한 공간인 침대로 피해 세상과 일시적으로 단절하며 정신적 회복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내과 의사 메건 갈릴리 박사는 최근 헬스에센셜과의 인터뷰에서 "휴식은 일상적인 스트레스로부터 우리의 근육, 관절, 신경계가 회복하고 재충전할 기회를 제공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갈릴리 박사는 "특히 수면 부족은 면역 체계를 약화시킬 수 있는데, 베드 로팅을 하며 잠시 시간을 내어 잠을 보충하는 것은 면역 건강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한 "스스로의 신체적, 감정적 상태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맑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베드 로팅이 일시적 휴식을 넘어 현실 도피 수단으로 변질될 때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갈릴리 박사는 "스트레스 상황을 피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침대로 숨는 행동은 결국 죄책감과 외로움, 동기 부여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의도적인 휴식이 습관적인 회피로 변한다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정신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습관적인 베드 로팅은 신체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인간의 몸은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어 장시간 침대에 누워있는 생활은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목과 허리, 엉덩이에 통증이 발생하고 관절이 뻣뻣해집니다. 활동량 부족으로 인한 체중 증가도 불가피합니다.
자연광을 쬐지 못하면서 우울증이 생길 수 있고, 고립감도 증가합니다. 우리 뇌는 자극을 필요로 하는데, 종일 침대에 누워있으면 뇌가 아무런 자극을 받지 못해 인지기능과 평상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면장애입니다. 우리 뇌는 침대를 잠자는 공간으로 학습해야 하는데, 침대에서 식사하고 스마트폰을 보고 TV를 시청하는 등 온갖 활동을 하면 이 연결고리가 깨집니다.
결국 뇌가 침대를 활동 공간으로 인식해 정작 잠을 자야 할 때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만성 피로와 집중력 저하 등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베드 로팅이 지친 현대인을 위한 치유책인지 삶을 해치는 독인지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