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가 연말 인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재계에서는 두 그룹의 차기 부회장 후보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과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최고경영자, CEO)이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양대 전자 공룡의 세대교체와 사업 체질 전환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가 한국 재계 판도에도 적지 않은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삼성전자에서는 정현호 부회장의 용퇴와 함께 사업지원 조직 재편이 이뤄지며 이재용 회장 중심의 젊은 삼성 구도가 뚜렷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대 관심사는 노태문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입니다.
노 사장은 입사 후 최연소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을 연달아 기록했고, 갤럭시 시리즈와 폴더블, 생성형 인공지능 스마트폰 전환을 주도해 온 인물입니다. 특히 부진 국면이던 무선사업을 다시 연매출 100조원대 규모로 끌어올리고, MX사업부가 삼성전자 실적을 떠받치는 축으로 자리 잡게 한 공로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재계 안팎에서는 반도체를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과 함께 DS와 DX를 대표하는 투톱 부회장 체제를 구축하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LG그룹에서는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가장 폭넓은 세대교체 인사가 예고된 가운데, 세 번째 부회장 자리의 주인공으로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이름이 가장 먼저 거론됩니다.
조 대표는 취임 이후 가전과 TV 중심의 소비자 사업 구조를 전장과 냉난방공조, 데이터센터 냉각, 구독 서비스 등 기업 간 거래 중심 포트폴리오로 돌려 세운 전략통으로 평가받습니다. 전장사업본부는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 첫 두 자릿수에 근접한 수익성을 기록했고, ES사업본부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요를 타고 성장하면서 LG전자의 새로운 현금 창출원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가전 구독 매출도 단기간에 1조원을 넘어 연 2조원대가 기대되는 수준까지 커졌고, 인도 법인 상장을 통해 재무 여력까지 확보했다는 점이 부회장 승진 명분으로 거론됩니다.
TV 사업의 적자와 구조조정 가능성은 조 대표가 넘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LG전자의 '패착'이 아닌 사업 환경 변화로 인한 점이라는 부분이 참작될 만합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오너 3세 체제 아래에서 실적과 실행으로 증명된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재벌家' 인물이 아니라는 점도 공통분모입니다.
노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모바일과 인공지능 디바이스 전환을, 조 대표는 전략과 영업을 겸비해 B투B와 구독, 해외 허브 전략을 이끌어 왔습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인공지능폰과 디지털 기기 생태계를, LG가 전장과 데이터센터, 구독 비즈니스로 체질을 바꾸는 과정에서 이들이 각각 그룹의 새로운 부회장으로 등극해 향후 10년을 이끌 핵심 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습니다.
최종 판단은 연말 인사 발표에서 드러나겠지만, 한국 전자 산업의 다음 장을 이끌 얼굴들로 이미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