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 시즌이 본격화한 유통업계의 시선은 결국 롯데로 모이고 있습니다. 신세계가 '신상필벌' 기조로 빠르게 조직을 다듬고, 현대백화점이 안정을 택한 가운데, 롯데는 지난해 초강수를 던진 뒤 이번엔 '안정 속 쇄신'을 구체화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지난 7일 발표된 롯데쇼핑의 3분기 실적만 봐도 현 상황은 뚜렷합니다. 연결 기준 매출은 3조4,101억 원으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305억 원으로 15.8% 줄었습니다. 울산역 환승센터 사업 철회에 따른 손상 인식 영향으로 순손실 487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백화점과 해외 사업은 선방했지만, 마트·슈퍼 등 그로서리 부문 부진을 완전히 상쇄하진 못했습니다. 다만 본점과 잠실점의 트래픽 회복세가 뚜렷했고, 특히 본점의 외국인 매출이 전년 대비 39% 늘며 전체 매출의 19%를 차지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의 인사는 대규모 물갈이보다는 '정밀 수술'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저수익 포맷과 비용 구조를 손보는 국지적 교체, 현금흐름과 비용 통제를 강화하는 KPI 재설계가 핵심 과제로 꼽힙니다. 실제로 백화점 부문은 3분기 매출 7,343억 원(전년 대비 +0.7%), 영업이익 796억 원(+9.0%)을 기록하며 체력을 입증했습니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개선 폭은 더 커집니다.
이는 '잘 되는 부문은 키우고, 부진한 부문은 줄인다'는 선택과 집중형 인사의 신호로 해석됩니다. 신동빈 회장이 VCM(사장단 회의)에서 거듭 강조해온 '선택과 집중' 기조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성장 축의 재편 흐름도 숫자로 드러납니다. 해외와 디지털 부문의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롯데온은 매출 확대보다 손실 축소를 우선 목표로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고, 컬처·홈쇼핑 부문은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해 실적을 보탰습니다. 해외 리테일에서는 하노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가 분기 최대 흑자를 내며 5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고, 인도네시아 점포 리뉴얼 효과도 유효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해외 사업 비중은 매출 12.9%, 영업이익 18.1%로, '적자 축소 트렌드'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흐름입니다.
석유화학 계열의 과제는 보다 현실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수요 회복이 늦춰질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흐름에 맞춘 포트폴리오 재편과 설비 효율화가 불가피합니다. 업황 반등 전까지는 체력 보존과 합작법인(JV) 조정, 비핵심 자산 정리 등을 병행할 수 있는 실행형 리더십 보강이 요구됩니다. 이는 대규모 교체보다 리스크 관리와 비용 대응력을 높이는 라인 미세 조정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롯데의 이번 인사는 '큰 변화'보다 '뼈대 보강'에 가까울 것으로 관측됩니다. 적자 부문에 대한 정밀 수술, 성장 부문 강화, 그리고 '선택과 집중'의 제도화를 통해 4분기 성수기와 내년 초 모멘텀을 이어가는 구상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흐름이 현실화되면 내년 유통 빅3의 구도는 자연스럽게 정리될 전망입니다. 신세계는 공격, 현대는 안정, 롯데는 안정 속 실속 있는 쇄신.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케미칼 부문의 리더십 조정이 구조조정 로드맵과 조화를 이루는지. 둘째, 롯데쇼핑 내부에서 할인점·콘텐츠 효율화와 해외·디지털 강화 간 인사 균형이 잡히는지. 셋째, 신동빈 회장의 VCM 메시지가 실제 권한과 책임 구조로 '번역'되는지입니다.
이 세 갈래의 방향이 제대로 맞물릴 때, 롯데가 '안정 속 쇄신'이라는 구호를 숫자로 증명해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