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급등한 코스피가 조정받는 상황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SK하이닉스 사랑'은 식지 않고 있습니다. 외국인이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선 와중에도 개인들이 매수세를 이어가며 주가를 지탱하는 모습입니다. '동학개미운동'의 상징이던 삼성전자 대신 SK하이닉스가 새롭게 '국민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지난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8조7000억 원어치 순매도했지만, 개인은 6조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반대로 삼성전자는 개인이 2조4000억 원을 순매도하고, 외국인이 3조2000억 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삼성전자 매도, SK하이닉스 매수' 전략으로 대응했던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이 올해 들어 완전히 뒤바뀐 셈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과 지연된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받았습니다. 툭하면 매도 물량이 나와 국내 투자자들을 어지럽게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 D램 가격 상승과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커지면서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순매수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하자, 장기 보유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익절'에 나섰습니다. 2020년 '동학개미운동' 당시 7만~8만 원대에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4년 만에 수익을 실현한 것입니다.
삼성전자 매도 이후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지자, 개인들은 다시 시장에 복귀했습니다. 다만 이미 주가가 오른 삼성전자보다 성장 속도가 빠른 SK하이닉스를 선택했습니다. 8만 원에 판 종목을 9만 원에 다시 사는 부담 대신, AI(인공지능) 반도체와 HBM 시장의 중심에 선 SK하이닉스로 눈을 돌린 것입니다.
실제로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삼성전자를 전량 매도한 개인 자금 중 7.53%가 SK하이닉스 신규 매수로 이어졌습니다. 이 같은 개인 매수세 덕분에 SK하이닉스는 미국발 AI 고평가 논란과 '투자유의종목' 지정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선방했습니다.
엔비디아 주가가 최근 일주일간 7.3% 하락했지만 SK하이닉스는 오히려 3.76%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8.93% 하락한 것과 대비됩니다.
외국인은 반대로 포트폴리오 비중 조정을 위해 SK하이닉스를 매도했습니다. 코스피가 주요국 증시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커진 종목을 줄이는 과정이라는 분석입니다.
양승후 하나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외국인들은 지난해 SK하이닉스를 많이 샀고 삼성전자는 팔았기 때문에, 지수 비중 조정 과정에서 SK하이닉스를 우선적으로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부담도 외국인의 매도 요인으로 꼽힙니다. SK하이닉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3배로, 역사적 평균치를 훨씬 웃돕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과거 업사이클 기준 PBR 1.4배에도 미치지 못해 상대적으로 저평가 구간에 있다는 평가입니다. 또한 배당수익률 역시 삼성전자는 1.48%인 반면 SK하이닉스는 0.38% 수준으로 낮습니다.
이에 따라 외국인 보유 비율은 현재 SK하이닉스가 53.77%로 삼성전자(52.3%)보다 약간 높지만, 개인의 지속적인 매수세와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 블록딜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조만간 외국인 보유 비율이 다시 삼성전자가 역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