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SK, 최태원 회장 '비서실장'에 1980년생 내정... '깜놀' 변화, 왜 지금일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참모 라인이 1980년생으로 젊어집니다. 


SK하이닉스 미래전략을 맡아온 류병훈 부사장이 회장 신임 비서실장으로 내정됐고, 전임 김정규 실장은 사장 승진과 함께 SK스퀘어로 이동했습니다. 인사 시점과 맥락, 그리고 그룹이 밀어붙이는 'AI 전환·리밸런싱' 기조가 겹치면서 재계에서는 '속도와 실행'에 방점을 찍은 세대교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류병훈 부사장은 1980년생으로, 1960년생인 최 회장과 20년 차입니다. 전임 김정규 전 실장(1976년생)보다도 4살 젊습니다. 그는 SK텔레콤 전략 조직을 거쳐 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하이닉스에서 미래전략을 담당해온 실무형 전략가로 평가받습니다. 회장 직보 포지션에 80년생 전략가를 앉힌 결정 자체가 변화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류병훈 SK그룹 신임 비서실장 / 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이번 인사는 앞당겨 돌아가는 SK의 '연말 인사 시계' 속 한 톱니입니다. 그룹은 예년(통상 12월 초)보다 한 달 이상 빠른 10월 말에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 큰 틀을 정비했습니다. 이어 11월 6~8일 이천 SKMS연구소에서 CEO 세미나를 열어 내년도 사업전략을 'AI 전환'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중심으로 다듬었습니다. 


계열사별 임원 인사는 이달 말부터 12월 초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일부 계열사는 더 앞당길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비서실장 교체는 앞당겨진 인사 퍼즐 속에서 의사결정의 기동성을 높이는 장치로 기능할 공산이 큽니다.


거버넌스 관점에서도 변화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국내 주요 그룹 가운데 SK와 LG는 회장 보좌 조직(비서실·비서팀)의 존재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는 편입니다. 반면 삼성과 현대차는 '개인 비서실' 형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운영이 반복적으로 관측돼 왔습니다. 


이런 틀 안에서 보면, SK가 '회장 비서실장' 포지션을 보다 더 젊게 했다는 점은 그룹 전략의 현장성과 기동성을 키우려는 시도가 다시 확인됐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배경에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대수술이 자리합니다. SK는 HBM을 축으로 한 반도체·AI 밸류체인 재편에 공을 들이면서, 데이터센터와 AI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전환 드라이브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수펙스·지주·핵심 계열사 전략 라인을 폭넓게 경험한 참모에게 회장 보좌와 그룹 컨트롤타워 간의 '교통정리'를 맡긴 셈이며, 이는 결재 라인의 단축과 현안 대응 속도를 높이려는 의중으로 해석됩니다.


SK서린빌딩 / 사진=인사이트


무엇보다 이번 교체는 '사람'의 변화입니다. 80년대생 참모가 회장과 가까운 자리에서 사업구조 조정, 대외 파트너십, AI 인재 전략 등 고강도 어젠다를 다루게 되면서, 회장실-수펙스-핵심 계열사 사이의 신호 전달은 더 촘촘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일부 계열사에서 대외협력(CR)과 홍보(PR) 기능을 맞물리게 운영하려는 움직임과도 궤가 닿습니다. 조직을 '작고 강하게' 만들고, 중요한 어젠다를 좁은 링에서 빠르게 합의해 실행하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된 인사로 보입니다.


정리하면, 10월 말 '앞당긴' 사장단 인사로 큰 틀을 고치고, 11월 초 CEO 세미나에서 내년 플레이북을 확정하며, 그 사이 회장 비서실장 교체로 의사결정 라인을 젊고 가볍게 만든 구조입니다. 


SK하이닉스의 AI·HBM 드라이브,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그리고 지배구조 축에서의 민첩성 강화가 한 점으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다음 단계는 계열사 임원 인사입니다. 이 과정이 마무리되면, 'AI 전환의 실전'은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