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면 시장에서 안정적인 지위를 유지해 온 오뚜기가 해외 시장에서는 경쟁사 대비 부진한 성과를 보이며 고민에 빠졌습니다.
농심과 삼양식품이 각각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이라는 강력한 글로벌 히트작으로 시장을 선점한 반면, 오뚜기는 해외 매출 비중이 10% 수준에 머물러 'K-라면 삼국지' 구도에서 다소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오뚜기의 3분기 매출액 평균치는 9,41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04억 원으로 5% 감소하며 작년 2분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영업이익 감소 추세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반면 경쟁사들은 해외 시장 성장에 힘입어 뚜렷한 대조를 보였는데요. 삼양식품은 3분기 매출액이 6,009억 원으로 37% 급증하고 영업이익은 1,362억 원으로 56% 폭증했으며, 농심 역시 매출액 8,821억 원(3.7% 증가), 영업이익 445억 원(18% 증가)을 기록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에서 삼양식품이 80%, 농심이 40% 수준인 반면, 오뚜기는 10%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오뚜기의 해외 시장 부진 원인으로 생산, 유통, 마케팅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현재 오뚜기는 한국과 베트남 공장 생산분을 수출하는 구조로,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관세 인상과 물류비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현지 공장과 유통망을 잘 구축한 농심, 일부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춘 삼양식품에 비해 구조적으로 불리한 상황입니다.
또한, 종합식품기업인 오뚜기의 특성상 라면 사업 비중이 30% 수준에 불과해 라면 사업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불닭볶음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대표 히트작이 아직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힙니다.
오뚜기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조직 개편과 마케팅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2023년 11월 글로벌사업부를 본부로 격상시키고, 함영준 회장의 장녀이자 뮤지컬 배우로 활약하던 함연지 씨가 지난해 5월 미국 법인 현지 사업을 총괄하며 경영에 참여했습니다.
또한, 오뚜기 영문 사명을 기존 'OTTOGI'에서 외국인이 부르기 쉬운 'OTOKI'로 변경했으며, 진라면 모델로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을 발탁하고 제품명도 영문명 'JIN'을 강조하며 글로벌 공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오뚜기가 해외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현지 생산 거점 확보, 시장별 맞춤 제품 개발, 그리고 K-콘텐츠와 연계한 글로벌 브랜딩 전략을 통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OTOKI'로의 사명 변경과 조직 개편 등 공격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오뚜기가 국내 스테디셀러의 인기를 글로벌로 확장하며, K-라면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