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입장 순서 있는데도 15분 지각한 시진핑, 이재명 대통령에게 "황남빵 맛있다"

31일 오전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예상보다 늦은 도착한 시진핑 주석을 기다리며 회의장까지 안내하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31일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20분경부터 경주 화백컨벤션센터 1층 회의장 입구에서 APEC 회원국 대표들을 맞이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 대통령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특별초청자로 시작해 베트남, 미국, 대만, 태국, 싱가포르 등 각국 대표들이 알파벳 역순으로 차례대로 입장했습니다.


입장 순서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끝에서 다섯 번째로 홍콩과 칠레 대표 사이에 들어와야 했습니다. 하지만 존 리 홍콩 행정장관 다음에는 시진핑 주석이 아닌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이 나타났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 대통령은 마지막 순서인 칼리드 아부다비 왕세자까지 영접한 후 회의장에 들어갔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예정 시각보다 15분 늦은 오전 10시 2분경 행사장에 도착했습니다.


다시 나와 기다리고 있던 이 대통령이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하자 시진핑 주석은 "안녕하십니까"라고 답하며 다소 굳은 표정으로 악수를 나눴습니다.


황남빵(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두 정상은 기념사진 촬영 후 함께 회의장으로 이동했으며, 이 대통령은 "오는 길이 불편하진 않으셨느냐"고 물으며 자연스럽게 시진핑 주석을 직접 안내했습니다.


회의장에 들어선 시진핑 주석은 미소를 보이며 다른 국가 정상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이 대통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화면에서는 중국 측 통역이 이 대통령에게 "황남빵 맛있습니다"라고 시진핑 주석의 말을 통역하는 듯한 음성이 포착되기도 했으며, 이에 이 대통령은 웃으며 그를 자리로 안내했습니다.


다자회의에서 정상들의 늦은 도착이 드문 일은 아니지만, 시진핑 주석의 지연 도착을 두고 의도적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숙소인 코오롱호텔은 행사장에서 약 6km 떨어져 있지만, 현재 경주 시내는 APEC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엄격한 교통 통제가 이뤄지고 있어 교통 혼잡과는 거리가 있는 상황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경북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


다자 행사에는 여러 정상이 참석하는 만큼 행사장 도착 시각은 분 단위까지 사전에 조율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1일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기선 제압'일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됩니다.


지난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공감한 가운데, 중국 외교부는 30일 "비확산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한편 이날 영접 과정에서 장내 아나운서가 린신이 대만 총통 상임 고문을 '차이니스 타이페이(Chinese Taipei) 린신이 회장입니다'라고 소개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대만은 1991년 '차이니스 타이페이'란 명칭으로 APEC에 가입해 활동해왔으며, 이는 '중화민국의 타이베이 정부'라는 의미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운 중국의 주장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APEC은 주권국이 아닌 '경제체'(economy)를 참가 자격으로 두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린신이 대만 총통 선임고문을 맞이하고 있다 / 대통령실


대만은 이러한 표현에 대해 그간 불만을 표출해왔습니다. 천우이벤 전 대만 총통은 2000년 5월부터 2008년 5월 재임 시절 공식적인 대만 명칭을 '타이완'으로 주장했습니다.


대만 정부는 1997년 한국이 대만의 공식 명칭 '중화민국(The Republic of China)'을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pei)'로 변경한 것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