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에서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포함한 관세협상이 타결되면서, 국내 정치권에서 협상 결과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중 2,000억 달러를 현금 투자하되, 연간 한도를 200억 달러로 제한하는 내용에 합의했습니다.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조선 협업으로 진행하기로 했으며,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는 15%로 설정되었습니다.
이날 국민의힘은 박성훈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협상 결과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박 대변인은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점에서는 환영하지만, (협상)내용을 살펴보면 우려만 앞설 뿐 일본과 비교해서도 결코 잘 된 협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번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마무리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준기축통화국인 일본과 경제, 외환 체급이 다르다. 그런데도 미일협상과 유사한 구조로 협상을 진행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번 협상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에 재앙이 될 합의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협상이 과연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던 '국가 이익을 지키는 협상'이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정부의 초기 설명과 실제 협상 결과 간의 차이가 있다며 "이재명 정부는 지난 7월 30일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현금 투자는 5% 미만이고 대부분은 보증 한도'라고 설명해 국민을 안심시켰지만, 실제로는 현금 투자만 2,000억 달러, 한화로 약 284조 원에 달한다. 정부가 투자 구조를 축소·왜곡해 국민을 기만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경제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습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협상 타결 직전까지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외환시장 안정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더니 이번 협상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는 빠졌다"며 "2,000억 달러 현금 투자 약속으로 우리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과 환율 급등, 국가부채 증가 등 부작용이 상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런 외환시장 부담을 자초하고도 이제 와 '통화스와프 필요성이 줄었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한 자기 모순적 변명"이라며 "외환보유액을 감소시키지 않고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는 연간 약 150억 달러에 불과하다. 정책금융기관의 외화표시채권(KP) 발행을 모두 포함해도 최대 200억 달러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제시된 연 200억 달러 투자는 이미 그 한계선에 도달한 규모"라며 "외환보유액을 허물지 않고서는 환율 안정을 자신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국민의힘은 향후 과제로 투자 방식의 구체화와 투명성 확보를 요구했습니다.
박 대변인은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외환 조달 방식은 물론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포장돼 투자처에 대한 손실 방지 장치도 명확히 정리돼 있지 않다"며 "긍정적인 부분만 드러낼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상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박 대변인은 "이번 관세 협상 결과는 헌법 및 통상조약법상 국회의 비준 동의 대상"이라며 "정부는 국민을 우롱하는 '국회 패싱 외교'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 관세협상의 구체적 과정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히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