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수)

IOC에 '키테이 손'으로 남았던 마라톤 영웅 손기정, 89년 만에 한국 이름 되찾았다

일제강점기 올림픽 영웅들, 89년 만에 한국 국적과 이름 되찾아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했던 한국인 선수 9명이 89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자신들의 한국 국적과 한국 이름을 되찾았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기록에 일본 국적과 일본식 이름으로 등재되어 있었으나, 최근 IOC 홈페이지에서 한국 국적과 한국어 이름이 병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손기정 선수 우승 장면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Dedication)


14일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당시 총 11명의 한국인 선수가 일본 국적으로 올림픽에 출전했습니다.


이 중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과 동메달리스트 남승룡을 포함한 9명의 선수들이 이제야 공식적으로 한국인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배현진 의원은 지난해 9월 토마스 바흐 당시 IOC 위원장에게 한국 선수들의 국적과 이름 표기 변경, 그리고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 기재를 요청했습니다. 


IOC는 이에 응답하여 올해 순차적으로 선수들의 정보를 수정했으며, "일제강점기에 선수들이 일본의 강요를 받아 일본명으로 출전했다"고 역사적 상황도 함께 설명했습니다.


역사적 진실을 담은 IOC의 설명과 추가 복원 노력


올림픽 홈페이지


IOC 홈페이지는 현재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에 대해 "한국이 일본 점령하에 있어 손기정이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일본 대표팀 선발전을 통과해야 했다"며 "남승룡과 함께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도록 강요받았고 손기정의 올림픽 기록은 일본 이름으로 남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시상식에서 손기정과 남승룡이 일장기 앞에서 고개를 숙여 항의 의사를 표했던 역사적 사실도 기록하고 있습니다.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동메달리스트 남승룡에 대해서도 "당시 한국은 일본군의 점령하에 있었기 때문에 올림픽 참가 기록이 일본 이름으로 남은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이번에 한국 이름과 국적이 병기된 선수들은 손기정, 남승룡 외에도 1932년 LA 올림픽 육상 종목에 출전한 김은배와 권태하,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한 남녀 농구 대표 이성구와 장이진, 복싱 대표 이규환, 그리고 1936년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대표로 출전한 김정연과 이성덕 등 총 9명입니다.


대한체육회는 아직 한국어 이름이 병기되지 않은 나머지 2명의 선수들에 대해서도 IOC와 협력하여 계속해서 정보 수정을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올림픽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고(故) 손기정 선수 사진 / 뉴스1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한국 선수들의 이름과 국적 변경을 요청했는데, 그동안 IOC가 적극적으로 이를 반영해 주지 않았다"면서 "최근에 이례적으로 한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제강점기 시절 선수들의 상황을 설명해 줬다"고 밝혔습니다.


배현진 의원은 "올림픽 신기록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대리석처럼 굳어 고개를 떨궜던 조국 잃은 청년 손기정의 설움을 늦게나마 위로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잊히고 있던 손기정 등 11명의 명예를 되찾는 노력과 동시에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의정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