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송금에서 시작해 금융 전반을 장악하다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가 운영하는 금융 플랫폼 토스가 지난 7월 말 기준 누적 가입자 수 3천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2015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1년 5개월 만의 기록입니다. 대한민국 인구 절반 이상, 국민 10명 중 6명이 토스를 경험했다는 의미입니다.
출발은 단출했습니다. 공인인증서 없이 송금이 가능한 간편송금 서비스 하나로 시장에 발을 디뎠습니다. 당시만 해도 은행 중심의 폐쇄적 금융 생태계에서 비(非)은행 주체가 존재감을 보이기 어려웠지만, 토스는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창업자 이승건 대표는 복잡한 금융을 단순하게 바꾸겠다는 기조 아래, 각종 규제의 틈을 비집고 플랫폼을 확장시켜 왔습니다.
간편송금을 시작으로 토스는 계좌조회, 카드내역 통합, 보험 비교, 증권 거래, 대출 플랫폼, 신용조회 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금융 소비자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서비스가 하나의 앱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됐습니다. 그렇게 쌓인 일상 속 접점이 3천만 명이라는 숫자를 만들어낸 셈입니다.
MZ세대가 몰린 이유... 토스만의 설계 방식
성장을 견인한 중심축은 2030세대였습니다. 7월 기준 행정안전부 인구통계에 따르면, 20대의 95%(554만 명), 30대의 87%(580만 명)가 토스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2030세대 전체 기준으로 가입률은 91%를 넘어섰습니다. 경제 활동이 활발한 생산연령인구(15~64세) 기준 가입률도 76%에 달합니다.
토스의 설계 방식은 명확했습니다. 불필요한 금융 절차를 없애고 사용자 중심의 흐름을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1원 인증, 무료 신용점수 조회, 간편 대출 비교, 실시간 사기 의심 알림, 보상제도 등은 이용자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효했습니다. 송금과 결제는 물론, 뱅킹, 투자, 인증, 세무, 보험 등 일상 금융 전반을 앱 하나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토스는 '금융의 슈퍼앱'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토스증권·토스뱅크·토스페이... 자회사 약진도 눈길
2021년 출범한 토스뱅크는 토스의 플랫폼 전략에 한층 힘을 보탰습니다. '수수료 없는 통장', '신용 점수 자동관리', '사잇돌대출' 등은 기존 시중은행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사용자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정밀 타겟팅 기반 상품 설계로 경쟁력을 확보해 왔습니다.
여기에 '토스페이(Toss Pay)'와 토스증권 같은 자회사의 약진도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토스페이는 오프라인 가맹점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간편결제를 구현하며, 결제 시장 내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페이 서비스에서 흔히 요구되던 복잡한 인증 절차를 제거하고, 송금에 가까운 사용자 경험을 적용한 것이 차별점으로 꼽힙니다.
증권·결제 넘어 '일상 플랫폼'으로 확장
2021년 출범한 토스증권은 비교적 늦은 후발주자였지만, 주식 투자를 처음 접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습니다. 직관적인 화면 구성, 퀴즈 형식의 투자 교육 콘텐츠, 그리고 불필요한 메뉴를 과감히 덜어낸 UX 설계 등이 2030 세대의 투자 진입 장벽을 낮췄습니다.
실제로 토스증권 이용자의 상당수는 '주식 투자 경험이 없던 사람'으로 집계되며, 새로운 사용자층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이제 '금융'이라는 테두리를 넘어서려 하고 있습니다. 토스는 최근 '앱인토스(App in Toss)' 전략을 통해 다양한 파트너사의 서비스를 자사 플랫폼 내에 통합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간편결제, 쇼핑, 이동, 구독관리 등 일상의 기능까지 흡수하며 '생활 수퍼앱'으로의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누적 가입자 3천만 돌파는 향후 비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든든한 지표"라며 "사용자 경험의 기준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혁신을 계속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의 문턱을 낮춘 토스는 이제 '기능'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이 얼마나 넓고 깊어질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시험해 온 지난 11년이었습니다. 3천만이라는 숫자는 결과인 동시에, 다음 여정을 예고하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