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대벌레 대량 출몰, 산림 피해 급증
나뭇가지처럼 보이는 이 생물체가 실제로는 곤충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대나무를 닮았다'는 의미에서 이름 붙여진 '대벌레'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량 출몰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산속에 숨어 살던 이 곤충들이 갑자기 도심 가까이에서 자주 목격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기후변화가 대벌레 개체 수 폭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봄철 기온 상승으로 산란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대벌레의 생식 활동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국립생물자연관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봄철(3~5월) 대벌레알 4500개의 부화율을 조사한 결과, 낮은 고도에서는 부화율이 6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벌레는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는 토착종으로, 나뭇가지나 대나무 마디와 유사한 외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길고 가는 몸에 보호색까지 갖추고 있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특성이 있어요. 이전에는 개체 수가 많지 않고 나뭇가지와 구분하기 어려워 시민들이 쉽게 발견하기 힘들었습니다.
산림 피해 면적 3년 새 50배 증가, 방제 대책 시급
대벌레의 급증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심각한 산림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참나무류 등 활엽수 잎을 주식으로 삼기 때문에 개체 수가 늘어날수록 산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대벌레로 인한 산림 피해 면적은 2020년 19헥타르에서 2021년 158헥타르, 2022년에는 981헥타르로 3년 만에 약 50배나 증가했습니다.
최근 인천 무학산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대벌레의 대량 출몰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폭염으로 러브버그가 사라진 후, 대벌레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산지와 등산로에 출몰하면서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어요.
대벌레의 번식력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암컷은 단독으로도 번식이 가능하며, 한 개체가 약 700개의 알을 낳을 수 있습니다.
산란 시기도 봄부터 가을까지 길게 이어지며, 성체가 된 대벌레는 천적이 나타나도 다리를 내주거나 죽은 척하는 방어 전략으로 쉽게 죽지 않습니다.
피해 지역도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서울 은평구에서 시작된 대벌레 출몰은 의왕시, 군포시, 하남시, 인천시 등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이에 여러 지자체에서는 방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화학 살충제는 독성 잔류 문제가 있어 끈끈이 롤트랩 같은 물리적 방제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방제 효과가 제한적이고 다른 곤충들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보다 친환경적인 방제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지난해에는 대벌레의 표피에 붙어 개체를 폐사시키는 '녹강균'이라는 곰팡이를 발견하고, 이를 실용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대발생하는 곤충들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자연 친화적으로 개체수 조절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겠다"며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