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6일(화)

"보안 시설 가린 위성사진이라도"... 구글, 한국 지도 반출 위해 '한발 양보'

구글, 한국 정부에 '블러 처리한 위성 사진' 구매 제안


구글이 한국 정부의 정밀 지도 반출 결정을 앞두고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군사기지 등 보안시설이 블러(가림) 처리된 국내 위성 사진을 구매하겠다는 의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겁니다.


지난 5일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정보 부문 부사장은 구글코리아 블로그를 통해 "필요한 경우 이미 가림 처리된 상태로 정부에 승인된 이미지들을 국내 파트너사로부터 구입해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구글이 지도 반출과 관련해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 입장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번 발표의 배경에는 구글이 지난 2월 국토지리정보원에 5,000 대 1 대축척 지도를 해외 구글 데이터센터로 반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사안이 있습니다.


정부는 군사·안보 시설 정보 유출 우려를 이유로 지금까지 반출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정부는 2011년과 2016년 구글의 지도 반출 신청 때마다 "구글 어스에 노출된 보안 시설을 블러 처리해달라"는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구글은 글로벌 일괄 정책 적용 원칙을 이유로 거부해 왔습니다.


"구글 지도의 길찾기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 나라, 한국"


구글코리아가 제시한 지도 예시 / 구글코리아 블로그 캡처


터너 부사장은 "구글 지도 내 위성 사진은 다양한 전문 업체가 촬영하여 오픈 마켓을 통해 판매하는 이미지"라며 "한국 내 안보상 민감 시설을 가림 처리하려면 원본 소스인 이들 사진에서 처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외국인들이 찾는 매력적인 나라 한국에서는 해외 관광객들이 입국과 동시에 큰 불편을 겪게 된다"며 "구글 지도의 길찾기 기능이 한국에서만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구글은 한국에서도 해당 기능이 서비스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 결정 늦어질까... "한미 정상회담 이후 확정 가능성"


국가기본도 및 1/1,000 수치지형도 비교 / 국토지리정보원


한국 정부는 오는 8일 관계 협의체 회의를 열어 구글의 '국가 기본도 국외 반출 요청 건'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당초 정부는 11일까지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었지만,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이후로 결론을 미룰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국제 무역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지도 반출 제한을 대표적인 '비관세 무역 장벽'으로 간주하며 한국 정부에 압박을 가하는 상황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