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대에 '감사 인사' 적힌 팁 박스... 손님 불쾌감 호소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이 계산대에 팁 박스를 비치하고 고객에게 음식값 외 금품을 유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앞서 서울의 한 냉면집이 ‘직원 회식비’를 명목으로 팁을 요구해 거센 비판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여의도에서 ‘계산대 팁 박스’ 논란이 일면서 팁 문화를 둘러싼 사회적 반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음식점의 팁 요구 행위가 원칙적으로 불법에 가까운 행위로 간주됩니다. 일부 시민들은 "서비스 명분으로 돈을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논란은 지난 26일 해당 식당을 방문한 시민 A씨가 소셜미디어에 팁 박스 사진을 게시하면서 불거졌습니다. 공개된 사진에는 "식사 맛있게 하셨냐. 항상 최고의 서비스와 요리를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감사하다"는 인사말이 적힌 팁 박스가 계산대 위에 놓여 있었고, 현금을 투입할 수 있는 구멍까지 마련돼 있었습니다.
A씨는 게시글에서 "여의도에서 밥을 먹고 계산하려는데 계산대 앞에 팁 박스가 떡하니 있었다"며 "여긴 한국이다. 팁 문화 들여오지 마라. 물 흐리지 말라"고 비판했습니다.
"사실상 강요 아닌가"... SNS서 부정 여론 확산
해당 글은 단 이틀 만에 350개가 넘는 댓글을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됐고, 다수의 시민들은 "계산대 앞에 놓는 건 자율이 아닌 강요에 가깝다", "봉사료는 서비스에 포함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며 부정적 의견을 쏟아냈습니다.
실제로 팁은 북미권 국가에서 서비스업 종사자에게 감사의 의미로 지급되는 추가 비용입니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종업원 기본급이 낮게 책정돼 팁이 사실상 임금의 일부로 간주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종업원에게 정해진 월급 또는 시급이 지급되는 구조로, 자율 팁은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입니다.
현행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음식점은 봉사료 등 모든 부대비용을 포함한 최종 가격을 손님이 보기 쉽게 명확히 표시해야 하며, 팁이 포함되지 않은 서비스 비용 외 추가 금품을 요구하는 행위는 사실상 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다만, 자율적 팁 박스 자체를 두는 행위는 불법은 아니며, 강제성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법적 제재 대상은 아닙니다.
잇단 사례에도 기준 모호... 제도 보완 요구 커져
이처럼 '자율'이라는 이름 아래 고객에게 부담을 지우는 팁 박스는 최근 들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서울의 한 냉면집은 '직원 회식비' 명목으로 팁을 요구해 비판을 받았으며, 이에 앞서 한 피자 가게는 배달 앱에서 2000원의 팁을 선택하지 않으면 주문 자체를 수락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어 논란을 빚었습니다.
당시 해당 가게는 유명 프랜차이즈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본사 측은 "이미 가맹 계약이 해지된 매장이며, 일부 메뉴명을 그대로 사용해 소비자 혼란을 초래했다"며 법적 대응 방침까지 밝힌 바 있습니다.
현행법은 소비자와 음식점 모두를 보호하는 장치
대한민국 법률은 음식점이 가격 외 금전적 대가를 은근히 요구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25조는 봉사료를 포함한 모든 부대 비용을 총액에 포함해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소비자 보호에 그치지 않습니다.
만약 고객이 음식값 외에 자율 팁을 냈다는 정황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식중독, 알레르기, 위생 사고 등으로 병원 치료나 손해배상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해당 팁이 ‘서비스에 대한 직접 대가’로 해석될 수 있어 음식점 측에 추가 책임 소지가 생길 여지가 있습니다.
즉, 현행 규정은 팁을 통한 사적 금전거래를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음식 제공자에게도 불필요한 법적 분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음식업 종사자 입장에서도 정해진 요금 체계 내에서 서비스의 질을 인정받는 방식이 보다 명확하고 안전하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식사료 외 금전 거래가 오히려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불분명한 팁 문화는 소비자와 영업자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