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식 웃길래 그랬다"... 나주 벽돌공장 이주노동자 결박 사건 가해자 진술 논란
전남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A(31)씨를 벽돌 더미와 함께 비닐로 묶어 지게차로 들어 올린 한국인 상사가 경찰 조사에서 "A씨가 피식 웃어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28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가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A씨의 동료에게 일을 잘 가르치라고 지시했는데, A씨가 피식 웃어 그와 같은 행동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A씨는 "왜 이런 인격 모욕을 당해야 했는지 그 이유만큼은 꼭 알고 싶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습니다.
가해자 진술과 관련해 A씨는 "웃지도 않았고, 상사의 말을 이해하지도 못했다"며 "당시 무엇이 잘못됐는지도 모르고, 너무 두려웠다"고 반박했습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측은 "설령 웃었다고 해도 한국어에 서툰 이주노동자가 직장 상사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했겠느냐"며 "이 사건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몰이해와 인권 감수성 부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A씨 재취업 지원 나서... "영남권 이직 희망"
현재 A씨는 전남의 한 종교시설에서 시민단체의 지원을 받아 지내고 있으며, 심리적 불안으로 식사를 거르는 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는 A씨가 강제 출국당하지 않도록 재취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근무환경이 좋은 사업장에서 A씨 채용 의사가 있어 28일 오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A씨는 친구들이 일하고 있는 영남권 도시로 이직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기존 권역에 적합한 일자리가 없을 경우 비수도권 다른 권역으로 알선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58초 영상 속 결박·조롱 장면에 공분
이번 사건은 지난 23일 이주노동자 지원단체가 공개한 58초 분량의 영상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영상에는 A씨가 벽돌 화물과 함께 비닐에 묶인 채 지게차로 들어 올려져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현장 동료들은 이를 제지하지 않고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웃는 모습까지 보여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주노동자 인권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