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6일(화)

남편 총 맞았는데... 경찰이 아내에게 "시아버지 설득해 봐라" 황당 요구했다는 주장 나왔다

송도 아버지 총기 살인 사건, 경찰 대응 논란


아버지가 아들을 총기로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에서 담당 경찰서 지휘관이 70분이 넘도록 현장에 출동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위급한 상황에서 피해자 가족에게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소방 관계자들이 송도 총격 피의자 A 씨(63)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주택에 진입하고 있다 / 서울소방재난본부


지난 27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 등에 따르면, 첫 112신고는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에 접수되었습니다.


총에 맞은 피해자의 아내가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다급하게 신고하며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아파트의 동과 호수를 알린 뒤 "남편이 총을 맞았으니 빨리 좀 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9시 33분에는 "남편이 피를 많이 흘렸고 시아버지가 총을 들고 있다"고 상황을 추가로 설명했으며, 9시 40분에는 "빨리 들어와라, 남편이 죽으면 어떡하느냐"며 절박한 심정을 호소했습니다.


채널A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경찰은 피해자의 아내에게 "아들을 먼저 밖으로 내보내 달라고 시아버지에게 타진해보라"는 요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초동대응 미흡과 현장 지휘 부재


지난 20일 총기사고가 발생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단지 앞 수사관들이 서있다. / 뉴스1


이후 경찰특공대가 집 안으로 진입한 시간은 밤 10시 43분으로, 첫 신고 접수 후 70분이 넘게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총을 쏜 피의자 A씨(62)가 집 안에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 진입이 지연된 것입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은 최단 시간 출동 지령인 '코드0'(매뉴얼 중 위급사항 최고 단계)을 발령했고, 10여 분 만에 순찰차 3대가 차례로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현장을 지휘해야 할 당시 인천경찰서 상황관리관인 B 경정은 사건 접수 70여 분이 지난 후에야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B 경정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부동산 페이지에서 집 내부 구조를 확인하기 위한 시도도 하는 등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도, 현장 출동 매뉴얼을 어겼다는 지적에 대해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사무실에서 챙기고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판단을 잘못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범행에 사용된 탄환 모습 / 인천경찰청


경찰 특공대는 오후 10시 16분경 현장에 도착해 오후 10시 40분경 내부에 진입했으나, 그때는 이미 A씨가 도주한 후였습니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경찰이 A씨의 총격으로 현관 잠금장치가 파손됐음에도 문을 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A씨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이나 내부 CCTV 확인 등도 그 이후에야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 구조 지연과 범인 검거


A씨는 총기 11개를 더 만들 수 있는 쇠파이프와 실탄 80여 발을 차에 싣고 인천과 서울 등 수도권을 돌아다니다 다음 날 오전 0시 15분경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인근 도로에서 경찰에 검거되었습니다.


A씨에게 총격을 당한 30대 아들은 밤 11시가 넘어서야 병원에 도착했는데, 경찰 내부에서도 "A씨가 현장에 없다는 것을 최대한 빨리 확인하고 피해자를 조금만 더 일찍 구조했다면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내부에 폭발물을 설치했던 60대 A씨의 자택 현관 앞에 사건 조사 중임을 알리는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 뉴스1


담당 경찰서는 "신고자인 피해자의 아내와 계속 통화했으나 A씨가 내부에 있는 것 같다고 해 쉽게 진입하지 못했다"며 "현장 직원들이 그래도 테라스를 통해 내부를 살펴보려고 시도하는 등 노력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은 현장 초동 조치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지 면밀하게 확인할 예정이며, 진상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피의자 A씨는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경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아파트 33층 집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범행 당일은 A씨의 생일로, 아들이 잔치를 열었고 며느리와 손주 2명, 며느리의 지인(외국인 가정교사) 등이 함께 있었습니다.


A씨는 "아들만 살해하려 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A씨가 달아나던 며느리의 지인을 추적하는 등 범행 당일 행적과 며느리와 손주에게도 위협을 가했다는 유족의 증언 등을 토대로 살해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의 서울 도봉구 집에서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가 발견됐고, 범행 이튿날인 21일 정오에 발화 타이머 설정이 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