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쓰다
세계 배드민턴 여자단식 1위 안세영(삼성생명)이 전인미답의 대기록에 한 걸음 더 다가섰습니다.
지난 25일(금) 저녁 중국 창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BWF 월드 투어 중국 오픈(슈퍼 1000시리즈) 여자단식 8강전에서 중국의 천 위 페이(세계랭킹 5위)를 2-0(21-18, 21-19)으로 제압하며 4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승리로 안세영은 배드민턴계의 '그랜드슬램'이라 불리는 '슈퍼 1000 슬램' 달성까지 단 두 경기만을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테니스의 그랜드슬램과 유사하게, 배드민턴에서는 같은 시즌 내 모든 슈퍼 1000 시리즈 대회 우승을 '슈퍼 1000 슬램'이라 부르는데요.
안세영은 이미 2025년 말레이시아 오픈, 전영 오픈, 인도네시아 오픈을 석권했으며, 이번 중국 오픈까지 제패한다면 배드민턴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슈퍼 1000 시리즈 4개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위업을 달성하게 됩니다.
숙적 천 위 페이와의 명승부
이날 경기는 오랜 라이벌 천 위 페이와의 26번째 맞대결이었습니다.
과거 안세영은 천 위 페이를 상대로 첫 7번의 경기에서 모두 패배하며 고전했지만, 2022년 말레이시아 마스터즈에서 첫 승리를 거둔 이후 꾸준히 상대 전적을 만회해왔습니다.
이번 승리로 안세영은 천 위 페이와의 상대 전적을 13승 13패로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했습니다.
경기 초반 안세영은 2-4로 뒤지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으나,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포핸드 인&아웃 대각선 공격으로 5-4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슬라이딩 수비 동작을 선보이며 6-5로 리드를 이어갔고, 인터벌까지 11-8로 앞서 나갔습니다.
천 위 페이의 끈질긴 추격에도 불구하고 안세영은 침착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첫 게임을 21-18로 가져왔습니다.
두 번째 게임에서는 5-1로 기분 좋게 출발했으나, 천 위 페이가 8-7로 역전하며 경기의 흐름이 바뀌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안세영은 빠른 템포의 공격 흐름을 유지하며 14-12, 16-12로 다시 앞서 나갔습니다.
천 위 페이가 19-19까지 따라붙는 접전 속에서 안세영은 T존을 노린 과감한 스매싱으로 매치 포인트를 만들어냈고, 결국 54분간의 접전 끝에 2-0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역사적인 기록을 향한 도전
안세영의 이번 승리는 단순한 4강 진출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2018년부터 시작된 BWF 월드 투어 슈퍼 1000 시리즈에서 같은 시즌에 4개 대회 모두 우승한 선수는 아직 없습니다.
남자 선수들도 이루지 못한 이 대기록에 안세영이 가장 가까이 다가선 것입니다.
지난주 일본 오픈(슈퍼 750 시리즈)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안세영은 현재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4강에서는 중국의 한 위에(세계랭킹 3위)와 맞붙게 되며, 결승에 진출할 경우 일본 오픈 결승에서도 만났던 왕 즈이(세계랭킹 2위)와의 재대결이 예상됩니다.
안세영이 남은 두 경기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한다면, BWF 월드 투어 역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슈퍼 1000 시리즈 4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