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6일(화)

"경찰 왜 이렇게 안 오나요"... '녹취록' 통해 공개된 송도 '총격살해 사건' 당시 상황

인천 송도 사제총기 살인사건, 피해자 아내의 절박한 신고 녹취록 공개


"살려주세요, ○○○동 ○○○호예요. 저희 남편이 총을 맞았어요. 빨리 와주세요"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에서 발생한 사제총기 살인사건의 충격적인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었습니다.


21일 총기사고가 발생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단지에 경찰 수사관들이 출동해 수습작업을 하고있다.2025.7.21 / 뉴스1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25일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30대 아들이 아버지의 사제총기에 의해 살해된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첫 신고는 사건 발생일인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에 이루어졌습니다. 


피해자의 아내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방 안에 숨어 있는 상태에서 112에 전화를 걸어 "아버지가 집 안에서 총을 들고 있다. 남편은 현관 앞에 쓰러졌고 피를 많이 흘리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녀는 "충전 중인 것 같다. 남편을 죽일 것 같다"고 반복적으로 호소했습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은 통화 내내 피의자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으며, "경찰관이 가고 있는데 방 안에서도 현관문을 열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범행에 사용된 탄환 모습 / 인천경찰청


이에 신고자는 "열어드릴게요. 문 열었어요"라고 답변하며 경찰의 신속한 진입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경찰관은 "올라가고 있어요"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경찰 대응 지연과 추가 신고 이어져


신고자는 남편의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 "현관문을 열 수 있다"며 신속한 진입을 요청했고, 심지어 "테라스를 통해 사다리로도 들어올 수 있다"고 구체적인 진입 경로까지 안내했습니다.


"남편이 죽으면 어떡하냐", "제발 빨리 전화주세요"라는 절박한 호소도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세대에 즉시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범행 현장에서 빠져나온 피해자 아내의 지인(외국인 가정교사)이 아래층 주민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면서 추가 신고가 이어졌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아래층 주민은 오후 9시 39분부터 9시 56분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112에 신고 전화를 했습니다.


두 번째 신고에서 주민은 "경찰도 들어오고 119도 불러달라"며 "경찰도 안 오고 아무도 안 왔다"고 불안감을 표현했습니다.


세 번째 신고에서는 "경찰이 왜 이렇게 안 오는 거냐. 집으로 오셔야 할 거 아니냐"며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첫 신고 후 70분 만에 진입, 피해자는 결국 사망


신고자와 아래층 주민 모두 경찰에 신속한 현장 진입과 구급 요청을 반복했지만, 경찰은 A씨가 무장한 채 집 안에 있다는 판단 하에 특공대 투입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경찰특공대는 오후 10시 16분에 현장에 도착했고, 10시 43분경에야 현관문을 열고 내부로 진입했습니다. 첫 신고 시각으로부터 70분이 지난 후였습니다.


총기 살인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수사 중이다. / 뉴스1


A씨는 이미 총상을 입고 의식을 잃은 상태였으며,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결국 사망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A씨의 생일날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발생했습니다. A씨는 갑자기 자리를 떠났다가 차량에서 보관 중이던 사제총기를 들고 돌아와 30대 아들을 향해 발포했습니다.


범행 직후 서울로 도주했던 A씨는 약 3시간 만에 긴급 체포되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인화성 물질과 점화장치가 설치된 정황도 발견되어 경찰은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도 적용했습니다.


현재 경찰은 A씨를 살인 및 살인미수(며느리·손주 2명·지인 대상),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