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7일 대법 선고... 9년 묶인 '사법 족쇄' 벗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대법원 선고로 종지부를 찍을 전망입니다. 9년간 이어진 사법 족쇄가 해제될 경우, 이 회장의 글로벌 경영 행보는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는 17일 오전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부당 합병 의혹 상고심 선고기일을 엽니다. 이 회장이 연루된 이 사건은 2015년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부정거래였는지 여부가 핵심입니다.
검찰은 이 회장이 그룹 미래전략실을 통해 시세조종과 회계부정 등에 관여했다며 2020년 9월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이 회장에게 제기된 19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합병이 오로지 이 회장의 승계 목적만으로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장충기·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 등 13명 역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상고심이 법률심이라는 특성을 감안할 때, 기존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는 게 재계의 중론입니다. 무죄가 확정되면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약 9년 만에 사법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됩니다.
AI·전장·M&A... 이재용의 글로벌 경영 본격화되나
사법 족쇄가 풀릴 경우, 이 회장의 '뉴삼성' 구상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 회장은 2심 무죄 선고 이후 글로벌 경영 보폭을 점차 넓혀왔습니다.
지난 2월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인공지능(AI) 분야 협력을 논의했습니다. 3월엔 10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면담했고, 비야디(BYD), 샤오미의 전기차 생산시설을 찾아 전장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 방문 후 삼성전기는 BYD로부터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대형 공급계약을 따냈습니다.
M&A 활동도 활발합니다. 이 회장은 올해 들어 독일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그룹,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젤스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선밸리 복귀... "가장 중요한 출장" 발언 재조명
이 회장은 9일부터 13일까지(현지시간) 미국 아이다호에서 열린 '선밸리 콘퍼런스'에도 참석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이 회장만이 유일하게 초대를 받았습니다.
이 행사에는 세계 주요 IT·미디어 기업 CEO들이 참여하며, 협력 및 인수합병이 논의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회장은 과거 법정 진술에서 "선밸리는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고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며 "애플, 페이스북 등 주요 고객사 20~30곳과 만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올해 역시 귀국길에 "열심히 하겠다"고 짧게 말해 향후 행보에 기대감을 더했습니다.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서 나온 말 아니겠느냐는 반응도 나옵니다.
'뉴삼성' 가속 기대... 이재명 정부와의 '친밀도' 부각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는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삼성의 전략 추진력, 글로벌 신뢰도 회복, 나아가 국가 산업경쟁력 강화와도 직결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의 유화적 관계를 바탕으로, 정책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전, 대선이 확정되기 이전부터 이 회장은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와 공동 행사에 함께하며 교류의 물꼬를 텄습니다. 당시 그는 먼저 기다렸다가 고개 숙여 인사하며 예우를 갖췄고, 이후에도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재계 주요 인사로 공식 석상에 나란히 참석했습니다.
최근 가진 오찬에서 이 회장은 이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앉아 웃으며 대화를 나눴고, 이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었다고 먼저 언급하며 분위기를 훈훈하게 이끌었습니다. 이로 인해 이재명 대통령 지지층 내에서도 이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유연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2022년 회장에 취임한 이후 '뉴삼성'을 위한 구조 혁신과 글로벌 행보를 지속해 왔지만, 이번 대법원 선고를 계기로 더욱 거침없는 행보가 예상된다"며 "이재명 정부와의 신뢰 관계 역시 향후 정책 협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