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6000년의 벽화가 유산이 되다...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극

6000년 역사 품은 '반구천 암각화', 세계유산으로 등재


한반도 선사시대의 문화와 예술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마침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이로써 대한민국이 보유한 세계유산은 총 17건으로 늘어났습니다.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 사진제공=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은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으로 공식 등재됐다고 밝혔습니다. 위원회는 "약 6000년에 걸쳐 이어진 암각화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라고 평가하며 등재 결정을 내렸습니다. 2010년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이름을 올린 이후 15년 만의 결실입니다.


'반구대'와 '천전리'... 고래사냥부터 신라왕실까지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 사진제공=국가유산청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함께 아우르는 명칭입니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장면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높이 약 4.5m, 너비 8m의 암벽 위에 고래·사슴·호랑이 등 다양한 동물과 사냥 장면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그림은 최대 353점에 달합니다.


반구천 암각화 / 사진제공=국가유산청


대곡리 암각화에서 약 2km 떨어진 천전리 바위에는 선사시대부터 신라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생활상과 상징들이 남아 있습니다. 높이 2.7m, 너비 9.8m에 이르는 바위에 기하무늬와 기마인물, 동물 등을 묘사한 그림이 620여 점 새겨져 있으며, 특히 신라 법흥왕 일가의 명문이 함께 각인돼 있어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 또한 높게 평가됩니다.


세계가 주목한 예술성과 창의성


반구천 전경 / 사진제공=국가유산청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번 등재에 대해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형상과 독창적인 구도는 한반도 고대인들의 예술적 감각을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고래 및 고래잡이라는 희소한 주제를 선사인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으로, 동남부 연안에서 발전한 문화의 집약체이자 예외적인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 사진제공=국가유산청


우리나라는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의 세계유산 등재를 시작으로, '창덕궁'(1997), '조선왕릉'(2009), '가야고분군'(2023) 등 유산을 지속적으로 목록에 올려왔습니다. 이번 '반구천의 암각화' 등재로 한국의 문화유산이 세계무대에서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