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대프리카'서 실외기 15대 사이에 방치된 백구
이례적 '폭염'이 한반도를 뒤덮은 가운데, 실외기 15대에 둘러싸인 좁은 공간에 방치된 백구의 사연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유기견·유기묘 개인구조봉사자 A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대구 폭염. 대형 실외기 15대 사이 1평 남짓한 견사에서 11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지난해 6월, A씨는 울타리로 뒤덮인 좁은 공간, 실외기로 뒤덮여 뜨거운 바람이 쏟아지는 고무 집 속에서 무더위와 싸우고 있는 백구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움직일 힘도 없을법한 녀석은 A씨에게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모습입니다. A씨는 "주인의 방치로 배설물이나 밥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 그나마 근처 정육점 사장님이 배설물 치워주고 물도 갈아주시고 사료도 부어주셔서 목숨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다시 녀석이 있는 곳을 찾은 A씨는 가동되는 실외기들 사이에 여전히 방치된 백구를 마주하게 됐습니다.
A씨는 "작년에는 작았던 머리 위 종양이 크기가 커져 피까지 나더라"며 이전보다 심각해진 녀석의 상태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는 "양쪽에 설치된 실외기 사이에 견사가 있다. 여기에 서 있으면 2~3분 만에 땀이 미친듯이 흐른다"며 백구가 처한 심각한 환경을 강조했습니다.
양쪽에 설치된 '실외기'로 부터 끝없이 쏟아지는 뜨거운 바람. 1평 남짓한 공간에서 백구가 대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뜨거운 열기를 모두 흡수한 '고무 집' 뿐이었습니다.
A씨는 "11년이나 견사 방치하듯 키우시는 분이 개선될까 싶다. (백구를) 도와주실 단체가 있다면, 저도 견주로부터 소유권을 포기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며 동물단체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한편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대구광역시의 7월 1일~10일의 평균기온은 29.9도로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습니다.
최저기온 역시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인 평균 25.7도를 기록해 한밤중에도 더위가 식지 않는 '열대야'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태양이 떠 있는 전체 시간 대비 실제 햇빛이 비친 시간의 비율을 뜻하는 '일조율' 역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75.4%를 기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