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 우선한 한은, 기준금리 동결 결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등하는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은은 5월에 이어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과열되는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앞서 한은은 2023년 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년7개월간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다가 지난해 10·11월과 지난 2·5월 0.25%포인트씩 네 차례 인하한 바 있습니다.
금통위는 이번 동결 결정을 통해 다음 달 회의까지 새로운 가계대출 관리 방안과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효과를 지켜볼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이달 말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와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상황 등을 관찰할 여유를 갖게 됐습니다.
부동산 과열과 가계부채 증가가 금리 동결의 주요 배경
한국은행은 작년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며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 방향으로 전환했고, 11월에는 시장 예상을 깨고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속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네 차례 회의에서 동결과 인하를 오가며 완화적 기조를 유지해왔습니다. 이는 건설과 소비 등 내수 부진과 미국 관세 영향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0.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춘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인하를 멈춘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시장과 가계대출의 불안정성 때문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 등에 따르면, 6월 넷째 주(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43% 상승해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주택 구매 수요를 뒷받침하는 가계대출도 지난달 은행권에서만 6조2천억원이 증가했으며, 금융권 전체로는 6조5천억원이 늘어났습니다. 이는 지난해 10월(+6조5천억원)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27일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등의 강력한 규제 조치를 신속하게 도입했습니다.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의 필요성과 향후 전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금리 인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부동산 등 자산 가격만 끌어올릴 수 있다"며 "코로나19 때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집값 등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하며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미국과의 금리차와 재정정책 효과도 한은의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현재 미국(연 4.25~4.50%)과의 금리차는 역대 최대인 2.0%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이며, 약 32조원 규모의 추경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도 고려 대상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금융안정을 우선시하면서도 경기 부양을 위해 향후 추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