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지원 기자 = 특수교사가 장애 학생에게 폭행 당하자 "피하지, 왜 맞고 있었느냐"고 말한 황당한 학부모의 반응이 충격을 안겼다.
최근 교권 침해에 관해 관심이 커진 가운데 지난 25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특수교사들이 교육활동 중 폭행과 폭언을 겪었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특수 교육활동은 신체적 제재가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아동학대로 신고당할지 모른다는 우려로 손발이 묶인 상황이다.
특히 교사들은 장애학생이라는 이유로 무수한 교권 침해 행위에도 '교사가 참아야 한다는 압박' 속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대구의 한 특수교사 A씨는 정서장애를 가진 학생에게 목이 졸리는 일을 겪었다. 다른 학생을 공격하려는 행위를 막으려다가 벌어진 일이다.
A씨는 머리채를 잡혀 내동댕이쳐졌고 주먹에 맞아 멍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건 학부모의 반응이었다.
해당 학부모는 A씨에게 "피하지, 왜 맞고 있었느냐"며 "우리 아이가 이유없이 그러지 않는다. 선생님이 뭔가 잘못을 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서울의 특수교사 B씨도 지난해 6학년 학생의 지속적인 폭행에 시달렸다.
학생은 B씨를 처음 만난 날부터 머리채를 잡았고 얼굴에 침을 뱉거나 학습지를 찢어 얼굴에 뿌리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특수교사들은 교육 활동 중 염좌와 골절, 디스크 파열, 각막 손상으로 인한 시력 저하 등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현재 교사가 장애학생의 공격행동을 중재할 방안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국립특수교육원이 배포한 '도전적 행동중재 메뉴얼'에 따르면 교사가 장애학생에게 머리카락이 잡혔을 경우 학생의 손가락을 뒤로 젖혀 빠져나오도록 명시됐다.
그러나 서울의 한 특수교사 C씨는 "실제 현장에서 메뉴얼대로 했다가는 대부분의 교사가 아동학대로 고소당하게 될 것"이라고 현실성 없는 메뉴얼을 지적했다.
특수교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특수교사이니 어쩔 수 없다'는 일부 학부모들의 태도와 주변인들의 시선이다.
의도적인 교권 침해 행위에도 특수교사라는 이유로 교권보호위원회조차 열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오히려 "장애가 있는 학생이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그것도 못 참느냐"며 교사를 탓하는 관리자도 많다.
일반 학교 특수학급에서 장애학생과 관련한 과도한 학부모 민원에도 "장애학생 관련 민원이니 알아서 대처하라"며 특수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장은미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특수교사들은 맞는 게 일상처럼 느껴질 정도이지만, 한편으로는 장애학생에 대한 편견이 생길까 걱정돼 선뜻 나서서 공론화하기 어려워하고 있다"며 "장애학생의 도전 행동을 없애고 변화시켜 나가려는 특수교사들의 교육활동을 보호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