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국내 창작 동화를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해외에서 중국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12일 서울신문은 오는 9월 방영 예정인 EBS '용감한 소방차 레이 시즌 2'가 저작권 분쟁에 휘말렸다고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 '용감한 소방차 레이 시즌 2'가 '중국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해외 사업을 맡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A사 대표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 업무상 배임, 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작가 심수진 씨와 출판사 '연두세상'은 제작사 A사 대표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고 지난달 고소인 조사를 마쳤다.
심씨는 2016년 첫 방영돼 큰 인기를 얻은 애니메이션 '용감한 소방차 레이'의 원작인 2010년작 '레이의 소방서'를 쓴 작가다.
고소인에 따르면 '용감한 소방차 레이 시즌 2'는 지난해 중국, 대만, 홍콩,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튜브 등에서 방영되는 과정에서 저작권자 표시가 누락되거나 잘못 표기됐다.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일부 온라인 페이지에서는 해당 애니메이션을 중국 애니메이션 업체 B사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안내하기도 했다.
B사는 국내 A사를 통해 애니메이션 제작 등에 투자한 회사로 알려졌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작가 측은 아시아와 유럽 등 해외 사업을 맡은 A사가 제때 알리지 않아 이러한 방영 사실을 올 초에 알았다며, 애니메이션 대부분이 다른 이름으로 방영된 탓에 피해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또한 작가 측은 A사가 시즌 1에 대한 수익금과 매출액을 2016년 6월부터 10월분까지만 정산했다고 했다.
작가 측이 유튜브 등에서 파악한 시즌 1·2의 영상 조회수는 러시아 6,218만 회, 우크라이나 319만 회, 카자흐스탄 485만 회 등이다.
작가 측은 지난해 중국의 한 영상 플랫폼에서는 '최신 키즈쇼' 상위권에 올랐지만 정확한 매출 내역을 전달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연두세상 관계자는 서울신문에 "시즌 1의 경우 정산을 거의 받지 못했고 A사가 완구 매출을 은폐해 시즌 2 투자 유치를 방해했다"라면서 "'레이'라는 이름과 원저작자는 무시되고, 해당 캐릭터가 중국의 창작물로 전 세계에 알려져 작가가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이에 A사 대표는 "중국 업체가 임의로 유튜브에 업로드한 영상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중국 내 OTT에 올라온 영상은 한국에서 볼 수가 없다. 확인되면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했다.
이어 "제목은 협의를 거쳐 바꾼 것이고 관련 정산도 진행 중"이라면서 "출판사에서도 책 관련 정산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연두세상 관계자는 "출판물 수입은 마이너스이며 A사의 주장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용감한 소방차 레이'는 2016년 5월부터 8월까지 EBS에서 방영된 소방안전과 인명구조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지휘대장인 레이를 비롯한 7명의 소방대원들이 생활 속 위기에서 친구들을 구해주는 내용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