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교육 업체, 기존 성교육뿐만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 대해서도 알려줘
[인사이트] 정봉준 기자 = N번방과 같은 디지털성범죄를 공모하는 범인이 내 자녀가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에 학부모들은 요즘 성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0일 조선일보는 성교육 강의를 듣기 위해 노력하는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학생·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사설 성교육 강의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성년자들 사이의 성희롱·성폭력이나, 미성년자의 임신 등이 잇따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유해 콘텐츠를 접하거나 디지털 성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N번방 사건 등이 일례다.
학부모들은 N번방 사건과 같은 문제에 대응하는 데 학교 등 공교육에서 받는 교육이 충분하지 않다고 여긴다. 그래서 성교육마저도 사교육에 의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성교육을 하는 강의들은 '피임과 책임' 등 기존 성교육에서 다루는 내용뿐만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 벌어지는 위험한 상황을 알려주고, 그에 맞는 대처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한 사설 업체는 2시간당 약 40~45만 원 받기도 해...수업은 2025년 2월까지 예약 불가
또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다가 어떤 성적 콘텐츠를 마주쳤는지', '익명으로 질문하는 어플로 성적인 대화를 해봤는지' 등을 묻기도 한다. 이후 해결 및 대응 방법에 관해 설명해준다.
강의가 끝난 후에는 학부모에게 아이가 어떤 경로를 통해 유해 콘텐츠를 접했는지와 성 관련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면서 교육 시 주의해야 할 점을 알려준다.
이제 중학교 진학을 앞둔 아이들에게 성교육 강의를 듣게 한 A(38)씨는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A씨는 "대학 수강 신청하는 것처럼 예약 사이트에서 '광클(빛의 속도로 클릭한다는 의미)'을 해서 겨우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업 이후 아이들 상황에 맞춰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알려주는 게 좋았다"고 수업 소감을 전했다.
이같이 성교육을 향한 학부모들의 관심은 지대하다. 실제 서울에 있는 한 성교육 업체는 주말의 경우 2025년 2월까지 예약이 마감됐다.
평일 교육도 11개월 뒤에나 예약이 가능하다. 이곳은 초등학교~고등학교 남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2~6명 학생이 한 그룹을 이뤄 2시간가량 교육을 받는 비용이 약 40~45만 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문의는 끊이지 않고 계속 오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내밀한 사연까지 다뤄야 하는 성교육은 학교에서 다루기 어려워...그러나 사교육이 강조돼서도 안 돼
다른 업체 또한 마찬가지다. 연령별로 맞춤 성교육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업체는 지난 8일에 3월분 강의 예약을 받았는데, 단 5분 만에 모든 강의가 마감됐다고 한다.
전문가들도 학부모들의 의견에 일부 동의한다. 전문가들은 공교육에서도 성교육 비중을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 문제는 개인의 내밀한 사연까지 다뤄야 하는 경우가 많아 소규모로 심층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교에서는 현실적으로 이런 교육이 어렵다는 것이다.
허나 성교육이 지나치게 사교육으로 치우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장경은 경희대 생활과학대학 아동가정학과장은 "공교육보다 사교육이 강조되면 정말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은 가정 환경이나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사각지대에 놓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검증을 거쳐 아이들에게 맞는 방법과 내용으로 전달되는 교육이 제일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