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최재원 기자 = 지속되는 고물가와 이자 부담 등의 여파로 가계 살림은 시간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그중 미혼 자녀를 두 명 이상 키우는 다자녀 가구의 상황이 훨씬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가계동향조사' 항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미혼 자녀가 2명 이상인 가구의 월평균 지출액은 557만 3천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도(511만 1천 원)과 비교했을 때 46만 2천 원(9.1%)의 차이를 보였다.
무자녀까지 포함한 전체 가구 지출과 비교하면 지출액 차이는 더 벌어졌다. 지난해 전체 가구 지출은 월 평균 359만 1천 원으로, 1년 전보다 21만 6천 원(6.4%)을 더 썼다.
전반적으로 물가가 오른 데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까지 겹치며 가계 살림살이는 전반적으로 어려워졌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4.1% 늘었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전년 같은 분기보다 되려 1.1% 줄었다. 이는 지난해 3분기(-2.8%)에 이은 2분기 연속 감소세다.
일각에서는 자녀가 있는 가구는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가구 특성상 지출 자체는 많지만 자녀에 쓰는 돈은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무자녀 가구와 2자녀 가구의 월평균 지출액 차이는 눈에 띄는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미혼 자녀가 없는 가구의 월평균 가계지출은 260만 5천 원으로, 2명 이상 가구(557만 3천 원)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교육비'의 영향이 컸다.
자녀 2명 이상 가구는 교육비로 월평균 64만 5천 원을 썼는데 이는 전년(56만 1천 원)대비 8만 4천 원(14.9%) 늘어난 수치다. 반면 무자녀 가구의 교육비 지출은 월평균 3만 3천 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품목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초‧중‧고 학원비부터 시작해 음악‧미술 등 예체능 학원비까지 일제히 올랐다.
학원비 중 유일하게 가격이 낮아진 건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학원비(-1.1%)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 18조 7천억 원이었던 국내 사교육비 총액은 2021년 23조 4천억 원에 달하는 등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또 이자비용 등을 포함한 비소비지출에서도 다자녀 가구와 무자녀 가구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2자녀 이상 가구의 경우 전년보다 월평균 14만 6천 원(11.3%) 늘어난 143만 5천 원이 비소비지출로 나갔지만 무자녀 가구는 같은 기간 비소비지출이 4만 9천 원(7.6%) 증가해 69만 1천 원이었다.
이런 영향 탓일까. 다자녀 가구 내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 지출과 주류 및 담배 지출이 전년보다 각각 17.2%, 4.1% 줄었다.
한편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6%에서 3.5%로 내렸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 경제가 1.7% 성장하고 소비자물가는 3.6%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2년 반 만에 역성장하는 등 경기 둔화 조짐이 본격화되자 3개월 만에 다시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했다.
1%대 성장률은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했던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