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5.18' 제외하고 고등 교육과정 확정
[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교육부가 '5·18'을 빠트린 채 개정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확정 및 고시하자,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이 분노했다.
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발표된 '2022 개정 고등학교 교육과정' 한국사 2의 '대한민국의 발전' 대목에는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표현이 제외됐다.
지난 2018년 7월 개정된 현행 고등학교 사회와 한국사 교육과정엔 5·18이 포함돼 있으며, 이는 소주제 '4·19 혁명과 민주화를 위한 노력'에 포함된 학습요소 중 하나다.
"기록 말살이다"... 분노한 5월 단체 및 당사자
개정 교육과정에 5·18이 빠진 것을 두고 '의도적 삭제'라는 주장이 제기되자 교육부는 "연구진이 제출한 최초 시안에서부터 (5·18이)포함돼있지 않았다"며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칠지 국가 차원의 교육과정에서 세세하게 규정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교육과정 대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해명했다.
이에 5월 단체와 유관 기관 관계자 및 당사자들은 '배신'과 '기록 말살'이라며 정부와 교육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5·18 항쟁 당시 자신의 오빠였던 고(故) 김형영 열사를 잃은 김형미 오월어머니 집 관장은 "5·18을 교육과정에서 삭제한 것은 '기록 말살'에 빗댈 수 있다. 역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역사 자체를 지우려 해... 원상 복구 시급"
이어 "5월 정신을 헌법에 담겠다는 정부의 약속에 반하는 결정"이라며 "신군부가 5·18 당시 언론의 진실 보도를 막아선 국가적 탄압과도 같은 것이다. 5·18은 국민주권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수립 정체성과도 연결돼 있는 만큼 원상 복구가 시급하다"고 성토했다.
또한 5·18 당시 시민 협상대표로 나섰던 김범태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장도 "5월 영령들이 이룩해낸 국민주권 시대를 기려도 모자라는 상황에 역사 자체를 지우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5월 정신 헌법 전문 등 대국민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 교과서 내 역사적 사실이 지워진 것은 심각한 일이다. 정부가 나서 전향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황일봉 5·18민주화운동 부상자 회장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18 기념식 당시 '5·18은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자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교육부의 결정은 대통령 기념사와 진행 중인 후속 조치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교육과정 수립 과정에 정부가 개입했다면 지난 발언을 뒤엎는 것이라 우려된다. 경위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서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홍인화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장과 이기봉 재단 사무처장은 "교과서에 실린 5·18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국민 주권 시대를 연 일련의 과정들이 담긴 열흘간의 소중한 역사"라고 강조하며 "정권을 잡은 승자가 역사적 사실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