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수)

7년째 '은둔형 외톨이'로 지낸 친형 '고독사'할 것 같다며 동생이 요청한 SOS

보배드림


7년째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형...집은 쓰레기 산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7년째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형을 도와달라는 동생의 호소가 전해졌다.


그는 형의 상태가 악화해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어떤 방법을 써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지난 1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친형이 7년째 은둔형외톨이 입니다"라며 "밤새 고민하다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글 남깁니다"는 남성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사연에 따르면 올해 36살인 그의 형은 7년째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고 있다. 


고향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 형이 사는 곳은 엘리베이터도 없는 고시원 꼭대기 층이다. 지난 7년 동안 스스로 밖을 나온 적이 없다. 


가족들은 그를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생활비를 끊어보기도 하고, 경찰이나 앰뷸런스를 대동해서 가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2년 전부터는 가족들이 찾아와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런 형의 방은 쓰레기로 넘쳐났다.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한 각종 쓰레기들이 산을 이루어 현관 앞에까지 꽉 찼다. 결국 A씨가 직접 찾아가 하루종일 치워야 했다. 


혹여나 하는 생각에 한 달마다 서울로 올라와서 형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이제 A씨의 일이 됐다. 


보배드림


최근 상태 많이 악화...어머니에겐 "이제 그만 죽을 거다"


최근에는 가족이 찾아가도 문을 열어주지 않아 경찰이 직접 찾아가 확인을 해주는데, 종종 방문해 주던 경찰관이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을 남겼다. 


아들의 상태가 걱정됐던 어머니가 직접 형을 찾아갔으나 방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안전고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해야 했다. 


살도 많이 빠지고 안색마저 어두운 형은 어머니에게 "저는 이제 그만 죽을 거예요. 그동안 죄송했습니다. 생활비 줄이셔도 돼요"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의 형은 첼로 전공으로 예중·예고를 나왔다. 또래보다 몸이 약해 2년 동안 고등학교를 휴학한 적이 있다. 


이후 대학교에 진학했으나 역시 순탄치 않았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교 기숙사에서 선배들에게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고, 결국 자퇴를 했다. 


2014년 우울증으로 한 대학병원에 입원한 A씨 형은 당시 병원 측에서 약물을 과다 투약해 몸 상태가 더욱 악화됐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했다. 이후 형은 크게 낙심한 뒤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현재 서울에 있는 사회복지센터와 지자체(시청·구청·동사무소), 대학병원 및 정신 병원 등에 문의를 했는데 방법이 마땅하지 않아 고민 중이다"고 했다. 


이어 "그나마 있던 정신병원 강제 입원제도가 강화돼서, 쉽지가 않을 거라는 얘기를 병원에서 들었다"며 "이대론 형이 고시원에서 티비에 나오는 것처럼 고독사할 거 같다"고 우려했다. 


A씨는 "혹시라도 답답한 마음에 다른 방법이 있을지 하여 글을 올리게 됐다. 저희 가족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요?"라며 누리꾼들의 조언을 구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 높아져...현실적인 조사와 지원은 부족


은둔형 외톨이는 장기간 집에 틀어박혀 사회와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기피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다양한 사례를 분석해 심리·정서적 문제, 학교생활 부적응, 입사·취업 실패, 부모와 갈등, 경제적 문제 등을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또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상호 작용해 최종적으로 고립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최근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8개 광역·기초단체에서는 은둔형 외톨이 지원 또는 재활 촉진 조례를 제정했다.


지난 2020년에는 한국 은둔형외톨이 지원연대가 설립돼 은둔형외톨이와 가족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관련 조사와 연구, 사회인식·제도 개선 사업 등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다만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정확한 실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를 활용해 19~34세 고립 청년은 전체 청년의 3.1%에 해당하는 33만 8961명으로 추산했다. 


2019년 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년 사회경제 실태 및 정책 방안 연구Ⅱ'에서 외출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0.9%를 국내 19∼39세 전체 인구에 적용해 13만 1천610명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이에 전국 단위의 실태조사와 자원 확충 등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