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의원 "여성의 군사기본교육 의무화 추진"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여성에게도 '군사기본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의 군사기본교육 의무화 추진!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자강의 시작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전쟁 같은 상황에 대비해 자기 방어 능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여성에게도 예비군 훈련 등을 받게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는 게 김 의원실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여성의 군사기본교육 의무화를 위해 여론 수렴을 거쳐 11월 중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김 의원의 공약을 선의로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정치권에서 '군 문제'와 '젠더 이슈'는 언제나 뜨거운 주제여서다.
차기 당권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20대 남성, 이른바 '이대남'의 지지세를 이끌어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여성 징병제' 카드를 꺼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 전인 지난해 4월 언론 인터뷰에서 "남성의 불만을 이유로 여성에게 군 복무 부담을 주는 것은 갈등을 격화시키는 대증요법이지 근본 대책은 아니다"라며 여성 징병제를 반대했다.
김 의원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형식도 눈길을 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 공약을 올려 이대남들의 표심을 자극했던 것을 벤치마킹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이대남 반응은 '싸늘'
다만 이대남들의 반응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대남들이 중심을 이루는 보수 성향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 의원의 '여성 예비군' 주장을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뉴스 보면 이준석 (전 대표)가 가지고 있던 젊은 당원 표심을 저격하기 위함이라는데, 이게 왜 젊은 당원 표심을 저격한 건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거 보고 어떤 감정이 드는 사람이 있나? 여자가 1년에 2~3일 예비군 다녀오면 뭐 이대남, 삼대남에게 달라지는 게 있나?"며 "내가 보기엔 이도 저도 아닌 공약 같다"고 덧붙였다.
다른 누리꾼들도 "똑같이 입대시키는 거 아니면 안 된다", "2박 3일 유사 군대 체험하고 나서 '군대 벌거 아니네' 할 게 뻔하다", "18개월 보낼 거 아니면 그냥 하지 마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들은 "국민의힘 아직도 이대남을 개돼지로 본다", "지지율 안 나오니까 발악한다" 등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치열해지는 국민의힘 당권 경쟁
국민의힘은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들간 경쟁이 달아오르는 중이다.
원내 김기현, 안철수, 조경태 의원과, 원외 나경원, 유승민 전 의원, 황교안 전 총리가 힘겨루기를 벌이는 중이다.
여론조사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이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역선택'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우리는 (여론조사에서) 늘 민주당 지지층까지 같이 보는 경향이 있다. 민주당 선택이 되는 민심은 안 된다"며 당원 투표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조경태 의원도 "당대표 경선방식을 당원 100% 투표로 혁신하자"며 "유승민 전 의원에게서는 당에 대한 애정이 1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당선룰이 변경될 경우 당심보다 민심에서 우위를 보이는 유 전 의원에게 불리한 상황이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