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 아내 둔 30대 군무원, 극단적 선택...유족 '직장내 괴롭힘' 주장
[인사이트] 임우섭 기자 = 만삭의 아내를 두고 한 30대 군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유족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부대는 '수사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만 내보일 뿐 침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은 지난 6월 전남 광양 앞바다에서 발생했다. 이날 대구의 한 육군 부대에서 군무원으로 일해온 A씨는 바다에 몸을 던져 눈을 감았다.
유족 "A씨,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과한 업무 스트레스와 괴롭힘 당해...성과 상여금 제일 낮기도"
15일 인사이트가 취재한 유족 입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과한 업무 스트레스 및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A씨는 지난해 말부터 공석이 된 직무의 업무를 함께 맡았다. 이후 승진 심사를 눈앞에 뒀지만 주변 눈초리로 인해 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올 3월 과한 업무에 시달렸음에도 정작 부서 내 성과 상여금은 가장 낮았다고 했다.
코로나에 확진됐던 A씨...유족 "부대, 자택 격리 중인 A씨에게 업무 부과"
A씨는 3월 중순 코로나가 한창 확산될 시기 가족과 함께 확진이 된 바 있다.
부대 측은 자택 격리 중인 A씨에게 업무를 부과했고, 격리가 해제됐을 때 과중한 업무를 배분했지만 동료들은 "오래 쉰 주제에 일도 느리다"며 A씨에게 비난을 가했다고 한다.
A씨의 아내는 격리 해제가 된 다음날 A씨로부터 "살려달라"는 문자를 받았음에도 이 같은 처우를 받자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A씨...상사의 메시지를 발견한 뒤 바다에서 눈 감아
이로 인해 A씨는 다음 달인 4월 병원으로부터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아 부대 측의 권고로 육아 휴직을 냈다.
이 과정에서 상사에게 휴직 기간의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를 요청했지만 거부 당하고 연락까지 차단당했다고 한다. A씨는 이때 스트레스로 2주 만에 몸무게가 7kg가 빠졌다.
A씨는 해당 상사가 자신의 부서에 보낸 메시지를 확인한 뒤 자신이 부서 내 쓰레기가 됐다며 다시는 부대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며 자책했다.
A씨는 숨진 날 아내에게 "부대 감사 준비를 하러 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6살 난 딸과 뱃속의 태아를 둔 채 생을 마감했다.
A씨 아내 "남편의 인생 1/3이 군 부대와 함께 해...11년간 근무해오던 군의 모습이 맞는 것인지 너무나 의심스스러워"
A씨의 아내는 인사이트와 인터뷰에서 "남편의 인생 1/3이 군부대와 함께 했다"며 "약 11년간 근무해오던 군의 모습이 맞는 것인지 너무나 의심스럽다"고 울분을 토했다.
특히 부대 내 코로나 매뉴얼에서 16, 17번에 '부대 복귀 후 부대 적응 및 차별 등에 관한 체크란'이 있었지만 모든 것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육군 중앙수사단, 유족 주장에 따라 수사 관할 변경
이와 관련해 육군 중앙수사단은 수사가 편파적이고 부실하다는 유족의 주장에 따라 수사 관할을 변경하고 코로나19 감염 중 내려진 업무 지시를 조사하고 있다고 KBS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다만 해당 부대는 과한 업무 배분과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관해 상급 부대가 수사 중이라는 답변을 내보였다.
한편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관련 신고 건수는 1만 8906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 2130건, 2020년 5823건, 2021년 7745건, 올해 6월 기준 3208건이다.
이중 50인 미만 사업장의 직장 내 괴롭힘은 1만 749건이다. 2955건인 300인 이상 사업장보다 약 4배 많았다.
특히 6월까지 종결된 1만 8599건 중 기타 항목은 506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생긴 지 3년밖에 안 됐고 개정된 지는 1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을 또 개정하는 것은 어렵다"며 "그러나 보호받을 수 있는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