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현재 마약과 '전쟁 중'
[인사이트] 최재원 기자 = 대한민국은 현재 마약과 전쟁 중이라고 봐도 무방한 형국이다.
지난 9월 유명 작곡가 겸 프로듀서 돈 스파이크(45·본명 김민수)가 호텔에서 마약 혐의로 체포된 것을 비롯해 국내 전역에서 활동하는 마약 사범들이 속속 검거되고 있다.
최근 열흘 새 경찰이 검거 소식을 알린 마약 사범만 120명에 달한다. 지난 7일 이원석 검찰총장은 정례 회의에서 "마약 밀수, 인터넷 마약 유통에 대해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합동수사를 전개할 계획"이라 말했다.
마약 사용 늘고 있는데 적발하기 어려운 이유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취임한 윤희근 경찰청장의 특별 지시도 나온 상황이다. 그는 경찰청장에 취임하며 악성 사기 근절과 마약 퇴치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성과가 날 경우 '특별 진급'까지 약속했다.
본보기로 지난 9월 윤 청장은 태국에서 밀반입한 마약류를 국내 유통한 태국인 조직을 소탕한 수사관에 대해 특별승진 임용식을 실시했다.
그러다보니 살인이나 강도 사건을 담당하던 강력팀 형사들까지 마약 사범 잡기에 투입되고 있다. 국내 안팎에서는 '마약의 대중화'가 시작된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이는 마약 사범 증가세 등 여러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018년 8107명이었던 마약 사범은 2019년 1만 명을 돌파 후 작년까지 3년 연속 1만 명 대를 기록했다. 올해도 9월에 이미 9000명을 웃돌았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수사 기관이 마약 사범을 적발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를 통해 구매자가 마약 판매자와 은밀하게 연락을 주고받는가 하면 추적이 어려운 가상화폐(코인)로 약값을 지불, 해외에서 마약을 소량으로 구매해도 저렴하게 배송받을 수 있는 물류 시스템 등이 그 이유다.
또 마약 가격이 낮아진 것도 마약의 대중화를 촉진하는 요소로 꼽힌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필로폰 1회분(0.03g)의 가격은 통상 10만 원이었지만 최근에는 2~3만 원 수준으로 많이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필로폰 1g이 태국에서는 2만 원 안팎, 미국에서는 6만 원 수준인 점과 비교하면 해외 일부 국가와 비슷해질 만큼 저렴해졌다.
2030·고학력자 덮친 마약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마약을 경험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지난 7일 보건복지부가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21년 마약류 사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년 실태조사 설문에 참여한 마약류 사용자 540명 중 10대와 20대의 비율이 32%에 달했다.
이는 직전 조사였던 2009년 조사 당시 해당 세대의 비율이 2%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약 16배 폭증한 셈이다.
성별 비중 변화도 눈에 띈다. 2009년 당시 남성 응답자가 전체에서 93.1%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었지만 2021년에는 77.4%로 감소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마약 사용자는 2009년엔 6.9%에서 2021년엔 22.6%로 4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면서 학력은 더 높아졌다. 2009년 당시 조사에서는 마약류 사용자의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자부터 전문대 졸업자까지만 분포했다.
그러나 2021년 실태조사에선 대졸자 18.8%, 대학원 이상 졸업자 1.7%가 새로 등장했다.
강 의원은 "마약류 사용자 중 20대와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고 사용자의 학력 또한 점점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젊고 많이 배운 마약 중독자가 점점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