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목)

'강릉 미사일 사고' 후 고향 계신 엄마에게 '카톡' 보낸 아들...상황이 정말 심각합니다

오늘(5일) 오전 1시께 강릉 한 공군기지 / 사진 제공 = 제보자 A씨


고향 떠난 아들 엄마 걱정하게 한 '강릉 미사일 사고'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지난 밤사이, 강원도 강릉에서 큰 불길과 함께 굉음이 들려와 주민들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향인 강릉에 사는 어머니가 걱정돼 새벽 1시 10분께 아들이 보낸 카톡 메시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아들은 "괜찮아? 왜 전화 안 받아"라며 "걱정되니까 전화줘, 알았지?"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아들은 10분 동안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며 엄마와 연락이 닿길 기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다행히 어머니는 "36살 다 되어서 이게 무슨 짓이니, 또 잠 안 자고 인터넷 보고서 호들갑이니?"라며 답장을 남겼다. 


어머니는 "아침 일찍 일하러 가는 엄마를 힘들게 하고 싶니? 쿠팡 일은 또 그만뒀니 왜 안 자고 있니?"라며 화를 내면서도 아들의 안부를 물었다. 


두 사람의 대화에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누리꾼들은 "엄마도 아들도 이해가 된다", "엄마 걱정이 많이 됐나 보다", "뭔가 짠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한밤중 굉음과 화염...강릉 주민들 공포에 떨어


이 대화가 화제가 된 건 이날 새벽 1시쯤 강릉에서 굉음과 불꽃이 솟아올라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졌다는 소식이 들려온 직후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굉음과 화염의 정체는 우리 군과 주한미군이 동해안 모처에서 지대지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다가 낙탄이 발생했다. 


훈련은 지난 4일 북한이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IRBM을 1발 발사한 데 따른 대응 차원이었는데 현무-Ⅱ 한 발이 발사 직후 기지 안에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강릉 지역 맘카페


온라인 커뮤니티와 강릉 맘카페 등에서는 한밤중 주민들이 찍은 사진이 올라오면서 두려움을 키웠다. 


그러나 군 당국이 미사일 발사 자체를 보도 유예(엠바고) 사항으로 설정해 놓은 탓에 주민들이 폭발음의 정체를 알게 된 건 7시간이 지난 후였다. 


군은 사고 발생 7시간 만에 유감을 표명하고 주민에게 사과했다. 


현무-2 미사일 / 합동참모본부 제공


군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지역 주민들이 많이 놀랐던 걸로 안다"며 "그 부분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발사 직후 기지 내로 떨어졌다"며 "탄두는 폭발하지 않았고, 불꽃은 추진제가 연소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까지 민간은 물론, 기지 내 인명피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파악 중"이라고 덧붙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 뉴스1


7시간 뒤에야 주민들 원인 알게 돼...정치권에서도 한목소리 비판


군이 언론에 엠바고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인도 모르고 밤새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주민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소방차가 굉음을 내고 지나가는데도 뉴스에서도, 시청에서도 아무런 안내 조차 없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Facebook '권성동'


지역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강원 강릉을 지역구로 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폭발과 섬광은 많은 강릉 시민과 국민께 걱정과 염려를 초래하였고, 국민 혈세로 운용되는 병기가 오히려 국민을 위협할 뻔했다"고 했다. 


이어 "낙탄 경위에 대해 철저한 조사부터 해야 한다"며 "기계적 결함인지, 운용의 문제인지 검증에 검증을 더해달라"고 요청했다. 


권 의원은 군 대응에 대해서도 "재난 문자 하나 없이 무작정 엠바고를 취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면서 "여전히 사고에 대한 공식 보도자료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낙탄 사고가 일어난 곳은 강릉 시내에서 멀지 않은 강릉 제18전투비행단 인근으로, 자칫 궤도를 달리해 민가로 떨어졌다면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아침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에서는 우리 군의 ATACMS 2발, 주한미군의 ATACMS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여 가상표적을 정밀타격하고,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연합전력의 대응능력을 현시하였음'이라며 자화자찬만 하고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명희 정의당 강릉시위원장 / Facebook '임명희'


정의당 강릉시위원회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강릉 시민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이런 무책임한 훈련과 대응을 경험한 적 없으며, 도대체 한반도 평화와 시민들의 안전을 누가 위협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안보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정부에서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정부와 군에 대응 능력이 있긴 한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