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마르그레테 2세 여왕, 손주 4명 지위 박탈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타계로 유럽 최장수 군주 자리를 물려받은 덴마크 마르그레테 2세(82) 여왕이 파격 선언을 했다.
손주 8명 중 4명의 왕자와 공주의 지위를 박탈하고 평범한 삶을 살도록 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결정에 지위를 박탈 당한 왕자와 공주의 친모 중 한 명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의 이러한 결정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난 28일(현지 시간) AFP 등 외신은 덴마크 왕실이 마르그레테 여왕의 작은 아들 요아킴 왕자의 자녀들이 지위를 박탈당했다고 보도했다.
요아킴 왕자는 두 번의 결혼을 통해 슬하에 니콜라이, 펠릭스, 헨릭, 아테네로 3남 1녀를 두고 있다. 아이들은 10살부터 23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작은 아들의 아이들..."평범한 삶 살아라"
이로써 4명의 손주들은 내년 1월 1일부터 백작 지위만 유지하며 기존 왕자·공주 지위는 소멸될 예정이다.
단, 큰아들인 프레데릭 왕세자(54)의 자녀 4명은 그대로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여왕의 이러한 결정이 알려지자 친모 중 한 명은 "충격을 받았다"며 "갑자기 생긴 일이다. 아이들이 거부 당하는 기분을 느끼고, 왜 지위가 박탈됐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마르그레테 여왕이 왕자·공주 지위 박탈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왕실은 유럽 다른 왕실처럼 왕족 규모를 줄이려는 추세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시사매체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군주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는 2019년 기준 44곳이다.
대부분 입헌군주제 국가로 민주주의가 발달한 유럽 국가들이 많이 알려져 있다. 세계 민주주의 지수에서 1위를 차지한 노르웨이를 비롯해 스웨덴(3위), 덴마크(7위), 네덜란드(10위), 룩셈부르크(13위), 영국(16위), 일본(21위), 스페인(22위) 등이다.
유럽 왕실 구조조정...예산 축소 중
실제로 이들 나라의 왕실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왕위 계승자와 직계 후손을 제외한 기타 왕실 인사의 수를 줄이고 왕실 예산을 대폭 축소하는 등이다.
실제로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프 여덟 번째 손주를 왕자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사진도 1장만 공개한 바 있다.
한편 1972년 즉위한 덴마크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최근 들어 왕실 행사를 축소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마르그레테는 올해 즉위 50주년을 맞아 지난 1월 기념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축제 규모를 대폭 축소하거나 연기했다.
거리 퍼레이드 대신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이웃나라 왕족과 예배를 하고 식사를 하는 방식으로 조촐하게 진행됐다.
또한 여왕은 70세 생일에도 국왕의 생일에 꽃을 선물하는 전통을 깨고 "꽃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여왕은 "나 대신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노인들에게 꽃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